조금 느려도, 괜찮은 나라

베트남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나는 어딘가 ‘정지된 듯한 공기’를 느꼈다. 분명 오토바이는 분주히 달리고,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삶의 속도는 놀라울 만큼 느릿했다.

어쩌면 이곳의 사람들은 ‘빨리’보다 ‘함께’를, ‘결과’보다 ‘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오히려 편안함을 배웠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것.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여인들,오토바이르 함께 타고 가는 여인들의 속도에서 나는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

 

기다림조차 여유로웠던 카페의 시간

다낭 거리의 작은 노천카페에 앉았다. 베트남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작은 드립 필터에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진다. 그 몇 분의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지만, 바로 그 기다림이 이곳만의 감성이다.

현지인들은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았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담소를 나누거나 말없이 앉아 도시를 바라볼 뿐이다.

그 조용한 찻집의 공기 속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속도를 줄이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걸. 그리고 그 틈에서 비로소 내 마음의 소리도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일상’이 특별해지는 거리 풍경

베트남의 골목은 매일이 다채롭다. 길가에서 국수를 파는 아주머니, 오토바이 위에 꽃바구니를 싣고 가는 아저씨,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까지.

그 모습은 특별한 연출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들이 주는 잔잔한 따뜻함이, 내 안의 분주함을 천천히 녹여주었다.

사진을 찍기보다, 그 풍경 안에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베트남의 거리는 조용히 말해주었다.

결론: 내 삶도 조금은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베트남은 ‘느림’이 결핍이 아닌 ‘선택’ 임을 보여준다. 삶을 조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하고, 충분히 살아있다는 걸 말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늘 달리기에 바빴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으면 불안했고, 늘 누군가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시간은 그 모든 속도를 잠시 내려놓게 했다. 그리고 그 틈에서 나는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내 삶의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베트남은 ‘느림’이 결핍이 아닌 ‘선택’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