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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오늘을 남기는 사람: 기록 · 언어 · AI ·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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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말을 걸어오는 집 영어 문장을 찾는 일을 멈췄더니,갑자기 집 안이 시끄러워졌다. 대문이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고,냉장고는 배 속에 맛있는 것이 많다며 자꾸 문을 열어 달라고 졸랐다.침대는 지나갈 때마다 유혹했다.“여기 한번 누워봐. 정말 편한데?”책상과 의자도 가만있지 않았다.“쉼표야, 이리 와서 앉아봐.우리 너를 너무 오래 기다렸어.”우하하!영어공부를 시작했을 뿐인데, 집 안의 사물들이 단체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목차1. 영어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2. 대문이 먼저 영어로 인사했다3. 사물에게 목소리를 주는 공부법4. 문장이 기억 속에 입주하는 순간5. 오늘부터 집 안의 영어를 들어보기영어를 찾다가 길을 잃었다 그동안 나는 영어 문장을 만나면 먼저 머릿속 창고부터 뒤졌다.‘의자가 영어로 뭐였지?’‘앉으라는 말은 s..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6화 윤겸아, 물 한 잔 가져오너라 마님은 물을 부탁했고, 윤 겸은 자기 목부터 축였다아침 햇살이 사랑채 처마 끝에 걸릴 무렵이었다.윤 겸은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물동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어제 사과 세 개를 세며 배운 영어를 잊지 않으려는 참이었다.“One apple.”그는 물동이 옆에 놓인 바가지를 하나 들었다.“One…… 바가지.”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바가지는 아직 영어 이름을 배우지 않았으니, 조선 바가지로 두어야겠구나.”마침 안채에서 마님의 목소리가 들렸다.“윤겸아.”윤 겸은 벌떡 일어났다.“예, 마님.”“물 한 잔 가져오너라.”윤 겸은 바가지를 든 채 안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어제 까지라면 곧장 물을 떠갔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그는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었다.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조선말로 시킨 일도 괜히 한 번 더 ..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5화 윤겸아, 사과는 먹었느냐 영어는 머리에 넣으라 했더니, 윤 겸은 배 속에 넣어버렸다다음 날 아침이었다.마님이 대청마루에 나오자 윤겸은 이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어제 받은 영어책은 반듯하게 펼쳐져 있었고, 작은 잔도 그 옆에 놓여 있었다.자세만 보자면 밤새 학문을 갈고닦은 선비와 다를 바 없었다.다만 책상 한가운데 놓인 빈 접시가 지나치게 깨끗했다.마님은 접시를 바라보았다.윤겸은 마님의 시선을 따라 접시를 보았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영어책을 한 장 넘겼다.종이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마님이 물었다.“윤겸아.”“예, 마님.”“사과는 먹었느냐?”윤 겸은 잠시 눈을 감았다.이미 지나간 사과의 생을 애도하는 사람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먹긴 먹었사옵니다.”“복습하라고 두었더니 어찌 먹었느냐?”“소인은 분명 복습을 하.. 더보기
AI에게 일을 맡겼더니, 내 생각까지 맡기고 있었다 쉼표의 AI 미래관 · 첫 번째 기록 AI는 내 일을 빠르게 처리해 주었다.제목을 고민할 때도, 글의 흐름이 막힐 때도, 이미지가 필요할 때도 나는 자연스럽게 AI 창을 열었다. 예전에는 한참을 붙잡고 있어야 했던 일이 몇 분 만에 정리됐다. 분명 편리해졌는데, 어느 날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나는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는 대신, AI에게 무엇을 물어볼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다.일을 맡긴 줄 알았는데 생각의 시작점까지 함께 넘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면서 생각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는 이유와, AI를 내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려 한다. 편리함이 커질수록, 생각의 시작점은 더 선명하게 지켜야 한다. 목차1. 편해진 ..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4화 윤겸아, 영어 선생님 오셨다 이름을 되찾은 다음 날, 도망칠 수 없는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대문 밖에서 세 번의 인기척이 들렸다.쿵, 쿵, 쿵.윤 겸은 새로 쓴 자기 이름을 품 안에 넣은 채 몸을 굳혔다.어제 편지를 보냈던 외국 손님의 목소리였다.마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윤겸아, 영어 선생님 오셨다.”윤 겸은 대문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마님.”“말하거라.”“소인이 방금 이름을 되찾지 않았사옵니까?”“그렇지.”“이름을 되찾은 기쁨을 사흘쯤 누린 뒤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사옵니까?”“영어 선생님은 이미 대문 앞에 계신다.”“그분께서도 사흘쯤 기쁨을 누리시고 다시 오시면 되지 않겠사옵니까?”마님은 윤 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윤 겸은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저 눈빛이 나오면 변명은 다리가 짧아졌.. 더보기
2026년 월급쟁이 부업과 투자, 1년 뒤 다시 보니 ㅡ 월 100만 원보다 먼저 지켜야 할 시간과 현금 흐름 월급만으로는 불안했고, 투자만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급했다. 퇴근 후 할 수 있는 부업을 찾고,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살폈다. 수익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례를 읽으며 나도 계획표를 만들었다.그때의 질문은 단순했다.어떻게 하면 월급 외에 월 100만 원을 더 벌 수 있을까?1년이 지난 2026년, 나는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그 100만 원을 벌기 위해 나는 무엇을 내어주고 있는가?돈을 더 버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하루의 체력과 시간, 집중력과 관계를 모두 사용한다면 그 부업은 수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월급날 없는 직장이 될 수 있다.2025년의 나는 수익을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2026년의 나는 수익이 오래 남..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3화 마당쇠에게 이름이 있었다 이제부터 너를 마당쇠라 부르지 않겠다새벽닭이 첫울음을 터뜨리기도 전이었다.마당쇠는 대청마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어젯밤 마님이 내린 분부 때문이었다.“내일부터 새벽마다 영어와 글공부를 함께 시작하자꾸나.”마당쇠는 밤새 고민했다.새벽이 오지 않으면 공부도 시작되지 않을 터였다.그래서 그는 이불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새벽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그러나 야속하게도 해는 마당쇠의 사정 따위는 조금도 살피지 않았다.동쪽 담장 너머가 희미하게 밝아오자, 마당쇠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얼굴로 대청마루 앞에 앉았다.그의 앞에는 붓과 먹,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붓은 가늘었고, 먹은 검었으며, 종이는 지나치게 깨끗했다.마당쇠는 세 가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특히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종이가 가장 무..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2화 마님께 온 영어 서찰 마당쇠야, 그 편지를 어찌 숨기느냐 마당쇠는 밤새 편지를 품고 잤다.정확히 말하면 잠을 잔 것이 아니라, 편지와 함께 밤을 새웠다.봉투 앞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For the lady of this house.이 집의 마님께겨우 여섯 단어였다.그런데 그 짧은 영어가 밤새 마당쇠의 가슴 위에 올라앉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마당쇠는 오른쪽으로 누웠다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누웠다.편지를 머리맡에 두었다가 발치로 밀어놓았고, 발치에 두었다가 다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혹시 쥐가 물어갈까 걱정되었다.쥐가 영어를 읽을 줄 알면 더 큰일이었다.새벽닭이 울 무렵, 마당쇠는 편지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네가 아무리 서양 글씨로 치장을 하였어도, 연서면 연서일 것이 아니냐.”봉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님께 무.. 더보기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1화 대문 밖에서 영어가 찾아왔다 영어를 들으면 숨던 마당쇠가 처음으로 세상에 말을 건넨 날``````개항의 소문이 한양 장터까지 흘러들던 어느 초여름이었다.마님은 대청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마당쇠는 마당 한가운데에서 빗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마당에 떨어진 낙엽은 겨우 세 장이었다.그런데 마당쇠는 아침부터 같은 자리만 열두 번째 쓸고 있었다.마님이 책장을 넘기며 무심히 불렀다.“마당쇠야.”“예, 마님!”“그 낙엽이 네게 원수라도 졌느냐?”“아니옵니다.”“그런데 어찌 한나절 내내 그 세 장만 쓸고 있느냐?”마당쇠는 빗자루를 양손으로 꼭 쥐었다.“바람이 자꾸 마님 계신 쪽으로 불어오기에…….”마님이 책에서 눈을 들었다.“바람이 불면 낙엽을 쓸어야지. 어찌 나를 보고 있느냐?”“소인은 낙엽을 보고 있었사옵니다.”“낙엽이 내 얼굴에 붙.. 더보기
2026 하반기 트렌드: '디지털 디톡스'와 손글씨(라이팅힙) 열풍, 왜 지금 시작해야 할까? 화면을 스크롤하고, 알림 소리에 반응하며, 눈이 피로해질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일상. 혹시 오늘 하루 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이나 켜보셨나요?최근 2026년 하반기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문화적 트렌드 중 하나는 단연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와 ‘라이팅힙(Writing Hip)’입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숏폼과 피드 속에서 벗어나,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고 아날로그적 사유를 즐기는 신풍속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단순한 레트로 열풍을 넘어 하나의 삶의 태도로 자리 잡은 라이팅힙과 디지털 디톡스. 왜 지금 우리가 손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와 시작하는 방법을 정리해 봅니다.1. '라이팅힙(Writing Hip)'이란 무엇인가?'라이팅힙'은 Writing(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