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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감성 에세이

하루가 저물어갈 때

프롤로그

하루가 끝나갈 무렵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해질녘의 방 안, 작은 스탠드 조명이 켜진 나무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와 책이 놓인 고요한 저녁의 작업 공간
하루를 끝내기엔, 이 정도의 빛이면 충분하다.

 

설명문

해가 저문 뒤 켜진 작은 조명이 방 안을 부드럽게 채운다.
정리된 책상 위에 남은 노트와 책은
오늘을 평가하지 않고, 조용히 닫아 두는 시간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이미지는 쉼표의 서재에서 기록된 저녁 일지의 시작을 담고 있다.


본문

하루가 저물어갈 때가 되면 나는 오늘을 다시 묻지 않기로 한다. 잘했는지, 놓친 건 없는지 같은 질문은 이 시간엔 유난히 날카롭다.

저녁은 늘 정리보다는 인정에 가까운 시간이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제 자리를 찾는다.

해가 지면 생각은 조금 느려지고, 감정은 뒤늦게 도착한다. 낮 동안 미처 살피지 못했던 마음들이 이제야 고개를 든다.

나는 저녁에 글을 쓸 때 무언가를 남기려 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그저 오늘을 내려놓는다.

모든 하루를 다 살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하루를 조용히 닫을 수는 있다. 그 선택만으로도 삶은 조금 덜 거칠어진다.

하루가 저물어갈 때 나는 오늘을 완성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을 여기쯤에서 멈춰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 말 하나로 이 하루는 충분해진다.

저녁이 있다는 건,
오늘을 다시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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