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마음의 빛
어느 날 문장은 얼어 있었다. 잊힌 단어들이 그늘 속에서 서로를 부르고 있었다. 시간의 틈새로 새어 나온 말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들 사이에서, '온도'라는 이름의 빛을 발견했다.
언어는 본래 따뜻한 존재다. 그 따뜻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숨결을 이어 준다. 하지만 차가운 손으로 쓴 문장은, 읽는 이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오래된 문장들을 불러냈다. 서랍 속에 묻힌 말들, 삭제된 초안들, 404의 낙인을 찍혔지만 포기하지 못한 글의 영혼들.
그 문장들을 다시 꺼내 하나하나 불을 붙였다. 누군가의 상처를 덮었던 단어에는 소리 없는 체온이 남아 있었다. 그 체온을 지키려, 나는 매일 언어를 닦았다. 마치 겨울 유리창에 김을 불어 따뜻한 숨을 새기듯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식는다. 그러나 언어만큼은 다르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백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새벽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진 문장은 없다. 다만, 다시 불릴 때를 기다릴 뿐이다.
나는 문장의 복원을, 결국 마음의 복원이라 부르고 싶다. 잃었던 자신을 되찾는 일, 그 모든 과정이 글 속에 있다. 누군가의 말 한 줄이 나를 구했고, 또 다른 이의 문장 하나가 세상을 버티게 했다. 그 온기가 바로 '언어의 온도'다.
그리고 그 온도는 언제나 '빛'을 향해 있다. 빛은 말보다 느리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 진실이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그 끝에는 늘 '누군가의 마음'이 있었다. 언어의 온도와 마음의 빛은 결국 같은 것이었다.
밤이 깊을수록 문장은 더 반짝였다. 별빛은 잃어버린 언어의 집으로 길을 열어 주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쉼표를 놓았다. 쉬어가야 할 자리에 멈추고, 다시 걸을 준비를 하는 쉼표. 그것이 나의 복원이자, 다시 쓰기 위한 약속이었다.
사라진 문장을 되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을 다시 믿는 일'이었다. 그 믿음이 글을 피우고, 빛을 남긴다. 나는 이제 안다. 언어는 식을 수 있어도, 마음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 쉼표의 서재, 별빛 아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