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운 노란빛 조명과 작은 촛불이 책상 위에 고요를 얹는다.
열린 노트는 오늘을 정리하고도 아직 여유를 남긴 채, 조용히 숨을 고른다.
바쁜 평일과 다른 결의 시간,
쉼표의 서재는 토요일 저녁답게 천천히 하루를 닫는다.
오늘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다만 일정한 호흡으로
하루를 끝까지 걸어냈다.
요즘의 나는
이런 날들을 가장 신뢰한다.
아침에는 계획을 줄였다.
할 수 있는 것만 적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데
감정이 방해하지 않는 날,
그 자체로 생산적이었다.
글은 천천히 나왔다.
번뜩임은 없었지만
문장이 도망치지도 않았다.
오늘의 문장들은
잘 보이려 하지 않았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요란하지 않은 글이
오래 남는다는 걸
나는 여러 번 봐왔으니까.
쉼표의 서재는
오늘도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정돈된 책상 같은 느낌이었다.
어지럽지 않고,
필요한 것만 놓여 있는 상태.
이 공간이 점점
‘기분’이 아니라
‘리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저녁이 되자
하루를 더 붙잡지 않았다.
남겨두는 용기도
요즘의 나에겐 중요한 선택이다.
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판단은
포기가 아니라
컨디션 관리다.
오늘의 결론은 이거다.
나는 지금
과하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꾸준히 가고 있다.
이건 운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다.
오늘도
시스템 정상.
기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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