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직장 생활.
뭐가 남았을까?

빈손.
퇴직할 때 들고 나온 것.
명함 몇 장.
볼펜 두 자루.
오래된 달력.
가족사진 한 장.
빈손이었다.
40년이 20분으로 정리됐다.
잃어버린 시간.
40년.
14,600일.
그 시간 동안 뭐했나?
출근했다.
회의했다.
보고했다.
야근했다.
그게 다였다.
버려진 마음.
처음엔 열정이 있었다.
“이 일로 뭔가 이뤄보자.”
10년 지나니 열정이 사라졌다.
“그냥 월급이나 받자.”
20년 지나니 마음이 없었다.
“그냥 버티자.”
30년 지나니 마음이 죽었다.
“언제 끝나지?”
40년이 지나니 마음이 없었다.
아픔.
상사에게서 받은 아픔.
“너 이것도 못해?”
동료에게서 받은 아픔.
“뒤에서 욕했어.”
회사에게서 받은 아픔.
“구조조정이야.”
몸에 새겨진 아픔.
슬픔.
가족과 못 보낸 시간.
“당신 오늘도 늦어?”
친구와 끊긴 관계.
“너 요즘 바쁘지?”
나 자신과의 단절.
“나는 누구지?”
마음속 깊은 슬픔.
연민.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
매일 야근하는 사람들.
매일 버티는 사람들.
“나도 저랬지.”
그들에 대한 연민.
냉냉함.
“믿을 수 없어.”
“어차피 배신해.”
“다들 자기 이익만 챙겨.”
40년 동안 배웠다.
사람을 믿지 마라.
존재의 부재.
회사엔 내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나는 없었다.
상사가 원하는 나.
회사가 원하는 나.
동료가 원하는 나.
진짜 나는 부재했다.
직장이 준 것들.
편견.
경쟁.
이기적인 삶.
부패함.
낙인.
빈부격차.
낮음과 높음.
계급.
그럼에도.
아픔, 슬픔, 연민, 냉냉함.
존재의 부재, 빈손.
잃어버린 시간, 버려진 마음.
이 모든 것.
그럼에도 나는 살아있다.
떠난 이유.
그래서 떠났다.
한국을.
회사를.
직장 생활을.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었다.
다낭에서.
다낭 3년째.
40년이 남긴 것들이
조금씩 희미해진다.
사람을 조금 믿게 됐다.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괜찮다는 걸 배웠다.
천천히 치유 중이다.
작가의 말
40년 직장 생활이 남긴 것들.
좋은 것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픔이 더 컸습니다.
빈손으로 퇴직했습니다.
40년이 20분으로 정리됐습니다.
그래서 떠났습니다.
다낭에서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아직 상처는 남아있지만,
조금씩 치유되고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EP.8 ― 자유, 치유, 의미
3년간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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