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의 하루는 햇살보다 먼저 바람으로 깨어난다. 바닷가 도시는 대개 분주하거나 관광객으로 가득 차기 마련이지만, 다낭은 달랐다. 아침 6시 무렵, 나는 숙소 앞 미케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 모래는 아직 밤의 차가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바다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위로 붉은빛이 수평선을 따라 퍼지며, 마치 도시 전체가 천천히 깨어나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서두르지 않음’으로 시작된다.
느림의 미학, 미케 해변과 베트남식 커피
해변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작은 커피 노점을 찾았다. 다낭의 길거리 커피는 종종 앉을자리조차 변변치 않지만, 그 안에는 특별한 감성이 있다.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드립 필터에 천천히 내려지는 베트남 커피를 기다린다. 그 과정은 마치 명상과도 같다. 커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내 호흡도 점점 느려지고 머릿속을 차지하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가라앉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빨리 마시지 않는다. 그들은 한 잔의 커피를 두고 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 느림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며칠이 지나자 나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여유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보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법. 다낭의 커피 문화는 나에게 그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도시 속 고요, 다낭 시장과 골목에서 배운 호흡
오전 시간이 지나면 나는 주로 한시장에서 머문다. 현지인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곳에서 나는 바쁘지 않게 걷는 법을 배웠다. 생선을 정리하는 아주머니, 과일을 쌓아두고 손님과 수다를 나누는 상인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구석에서 쪽잠을 자는 배달부. 그 속에는 ‘빨리’가 없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나는 자주 망고 하나를 사 들고 근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10분, 20분, 심지어는 30분도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일종의 회복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늘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삶을 살았다. 하지만 다낭은 말해주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일 수 있어."
하루 한 번의 멈춤, 다낭에서 내게 생긴 새로운 습관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다낭의 여유가, 어느새 나의 루틴이 되었다. 하루에 한 번, 어떤 장소에서든 10분 이상 멈추는 시간. 카페일 수도 있고, 해변의 바위 위일 수도 있다. 그 시간에는 휴대폰도, 메모장도 꺼내지 않는다. 그냥 바람을 느끼고, 사람들을 바라보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이 습관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내 삶에 남아 있다. 지하철 안에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점심시간엔 조용한 공원을 걷기도 한다. 그 시간만큼은 ‘누군가를 위한 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간다. 다낭은 나에게 진짜 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도시였다.
사람들은 흔히 여유를 사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낭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여유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균형이다. 빡빡하게 채운 일정이 성취감을 줄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삶의 전부는 아니다. 하루에 단 10분, 나를 위한 숨을 고르는 시간이야말로 그 어떤 일정보다도 소중했다.
결론: 다낭이 가르쳐준 삶의 속도
다낭은 화려한 관광 명소가 많지 않다. 그 대신 바람, 바다, 사람, 커피 같은 사소한 것들로 하루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그곳에서 다시 나를 만났다. 소란한 외부 속에서 내면을 가꾸는 일, 그것이 진짜 여유였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하루에 단 한 번, 멈추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건 단지 피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다낭이 내게 가르쳐준 여유처럼, 그 하루의 한 순간이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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