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신청, 또 떨어지셨나요?
저는 9번 떨어졌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50대 중반,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던 사람이, 2024년부터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서 9번 탈락하고 10번째에 붙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아마 1번, 2번, 혹은 그 이상 떨어진 뒤에 검색을 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 쉼표 (브런치 작가, 4개 플랫폼 1,037편 발행)

📑 목차
1번~2번: 글쓰기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첫 번째 지원은 감성 에세이였습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글 쓰는 방법 같은 건 전혀 모른 채, 그냥 마음에서 올라오는 대로 썼습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쓰면 되겠지." 그렇게 자신 있게 제출했습니다.
탈락.
두 번째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정보글. "에세이가 안 되면 실용적인 글로 가보자." 베트남 생활 정보를 정리해서 냈습니다.
또 탈락.
지금 돌이켜보면, 1번과 2번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글의 구조도, 독자를 의식하는 법도, 제목을 짓는 감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열정만 있고 기술은 없는 상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만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3번~5번: 주제를 바꾸면 될 줄 알았습니다.
세 번째는 여행 글로 도전했습니다. 베트남에서 6년을 살았으니 할 말이 많지 않겠어? 다낭 맛집, 호이안 여행코스, 현지인만 아는 숨은 명소.
또 탈락.
네 번째, 다섯 번째도 주제를 바꿔가며 지원했습니다. 매번 "이번엔 되겠지"라는 기대를 안고, 매번 같은 탈락 메일을 받았습니다.
다섯 번째 탈락했을 때, 처음으로 의심이 시작됐습니다.
"혹시 나는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인 건가?"
주제를 바꿔도, 분야를 바꿔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 결과는 계속 같다 — 그게 가장 답답했습니다.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니까,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7번째: 자괴감이 찾아왔습니다.
일곱 번째 탈락 이후부터는 감정이 달라졌습니다.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50대 중반에 뭐 하는 짓인가."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나."
"나이 값도 못 하는 거 아닌가."
공장 일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노트북을 열 때마다, 그 자괴감이 화면 앞에 먼저 앉아 있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그만두자"는 마음이 매일 싸웠습니다.
그래도 글은 계속 썼습니다. 브런치에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 쓰면 더 괴로울 것 같아서.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자괴감이 잠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9번째: 바닥을 쳤다
아홉 번째 탈락 메일을 받던 날.
솔직히 말하면, 그만둘까를 열 번은 생각했습니다. 진짜로 열 번. 아침에 눈 뜨면서 한 번, 출근하면서 한 번, 점심 먹으면서 한 번, 퇴근하면서 한 번... 하루 종일 "그만두자"와 "한 번만 더"가 시소를 탔습니다.
새벽에 혼자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탈락 메일을 아홉 번째로 읽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베트남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는데, 마음은 아직 깜깜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새벽에 글이 한 편 써졌습니다.
브런치 합격을 위한 글이 아니고. 그냥 — 9번 떨어진 마음을 쓴 글이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브런치에 매달리는 건지, 글쓰기가 나한테 뭔데 이렇게 포기가 안 되는 건지.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글이었지만, 그날 새벽만큼은 진짜 솔직했습니다.

10번째, 뭘 바꿨나입니다.
10번째 지원에서 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했습니다.
한 가지 장르만 들고 가는 게 아니라, 세 가지를 섞었습니다.
🌏
정보글
베트남 실생활 정보
6년간 몸으로 겪은 진짜 현지 이야기
💛
에세이
마음 챙김 에세이
일과 글쓰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솔직한 마음
🪶
산문시
일상 대화 형식의 산문시
평범한 하루의 말들을 시처럼 엮은 글
이번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면 붙겠지"라는 계산이 아니라, 그냥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습니다. 정보를 쓸 때는 진짜 겪은 걸 썼고, 에세이를 쓸 때는 진짜 느낀 걸 썼고, 산문시를 쓸 때는 진짜 했던 대화를 옮겼습니다.
브런치가 원하는 건 "이 사람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줘도 될까?"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에세이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보글만으로도 부족했던 겁니다. 다양한 결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 — 그걸 증명하는 순간, 문이 열렸습니다.
💡 9번 만에 깨달은 브런치 합격 공식
한 가지 장르 × 여러 번 = 탈락
여러 장르 × 진심 = 합격
합격 메일을 받던 순간입니다.
10번째 지원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알림이 왔을 때 저는 공장에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전화기를 보는데 "브런치 작가 승인"이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정말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9번 떨어지고 10번째에 붙은 사람만 아는 감정입니다. 학교 합격, 취업 합격, 그 어떤 합격과도 다른 —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명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점심도 못 먹고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작이구나."

합격 후, 1,037편까지의 여정입니다.
합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작가 배지를 받은 날부터 저는 미친 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공장에서 퇴근하면 저녁밥만 먹고 바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새벽까지 글을 썼습니다. 밤을 꼬박 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글을 쓰다가 울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묻어뒀던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쓰다가 웃었습니다. 웃기다가 울고, 울다가 웃고 — 그런 웃픈 사연이 참 많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새벽 글쓰기 시간입니다. AI와 함께 글을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전문학에 취했어요. "낭군!", "낭자!" 하면서 고전문학 스타일의 글을 써보기 시작한 겁니다. 현대판 춘향전도 써보고,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던 기억이 살아나서 「누가 이 길을 만들었는가?」라는 장편 시리즈도 써봤습니다.
일부는 발행했고, 고전문학은 쉼표 서재 보관함에 발행은 아직 안 했지만, 이런 실험적인 글이 개인 서랍에 40편 이상 쌓여 있습니다. 다 발행할 글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저를 작가로 만들어줬습니다.
에세이만 쓰던 사람이 산문시를 쓰고, 고전문학을 쓰고, 장편 시리즈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9번 떨어질 때는 "한 장르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됐습니다.
10번째에 합격한 이후, 저는 브런치뿐 아니라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글을 써왔습니다. 1년여 만에 쌓인 숫자를 보면 저도 가끔 놀랍니다. 여러분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할 수 있습니다.



📊 1년간의 글쓰기 기록
| 플랫폼 | 발행 글 수 | 총 조회수 |
|---|---|---|
| 티스토리 — 쉼표의 서재 | 443편 | 4,955명 |
| 네이버 블로그 | 206편 | 4,491명 |
| 브런치 (구독자 101명) | 182편 | 7,144명 |
| 폐기한 과거 블로그 | 202편 | 2,001명 |
| 합계 | 1,037편 | 18,895명 |
1,037편. 브런치 9번 떨어지던 사람이, 1년여 만에 천 편이 넘는 글을 썼습니다. 18,895명이 제 글을 읽고 갔습니다. 브런치북도 완성했고, 멤버십 작가까지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대단한 숫자라고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하나입니다 — 포기하지 않으면 쌓인다. 하루에 한 편, 어떤 날은 두 편, 어떤 날은 밤을 새워서 세 편. 그게 쌓이고 쌓여서 천 편이 된 겁니다. 쉼표는 그렇게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9번 떨어지면서 배운 것들입니다.
지금 브런치 작가 신청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9번 떨어진 사람으로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① 한 가지 장르만 보여주지 마세요 다양성을 보여주면 됩니다.
저는 9번 동안 매번 하나의 장르만 들고 갔습니다. 에세이면 에세이, 정보글이면 정보글. 하지만 브런치는 "블로거"가 아니라 "작가"를 뽑는 곳이에요. 작가란 다양한 결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정보글, 에세이, 산문시 — 여러 장르를 조합해서 "나는 이런 글도, 저런 글도 쓸 수 있습니다"를 보여줬습니다. 예) 정보글, 위로의 글, 감성에세이 글 준비했습니다.
② "누가 읽을까"를 걱정하지 마세요 인정받을 때는 옵니다.
9번째까지 저는 항상 "이 주제가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10번째에는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 순서가 바뀌니까 글이 달라졌어요.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 글을 쓰면 됩니다.
③ 글쓰기 방법을 모른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실패에서 배웁니다.
저는 첫 지원 때 글 쓰는 방법을 전혀 몰랐어요. 기승전결도, 서사 구조도, 독자 관점도. 하지만 9번 떨어지면서, 그리고 떨어지는 사이사이에 계속 글을 쓰면서 — 몸으로 배웠습니다. 학원에서 배운 게 아니라 실패에서 배웠습니다.
④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건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9번 떨어져 본 사람이 하는 말은 좀 다릅니다. 1~2번 떨어지면 "다음엔 되겠지"라고 생각해요. 5번쯤 되면 "나는 안 되는 건가"라는 의심이 시작됩니다. 7번이 되면 자괴감이 찾아옵니다. 9번째가 되면 그만둘까를 열 번씩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번만 더 해보세요. 그 한 번이 10번째 포기하지 않은 쉼표를 브런치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브런치 작가 쉼표의 현재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씁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세계를 씁니다.
9번 떨어졌을 때는 몰랐어요.
그 9번이 저를 지금의 작가로 만들어줄 거라는 걸.
1번째 탈락은 글쓰기를 시작하게 해 줬고,
5번째 탈락은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9번째 탈락은 바닥에서 진짜 내 글을 발견하게 해 줬습니다.
떨어지는 것도 과정입니다.
그 과정을 견디는 사람만 도착합니다.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멈추지 않으면 됩니다. 🐢
「쉼표 JEONGSEON」
시간이 지나도 남을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나는 멈추지 않습니다. 쉼표 하나를 놓을 뿐입니다.
'쉼표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자책 77페이지, [나는 쉼표다] 휠링 에세이-돈 한 푼 안 들이고 만들었다. (1) | 2026.05.09 |
|---|---|
| 구글의"가치 없는 콘텐츠" 판정한 내 글의 실수 3가지 (0) | 202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