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는 멈춤의 끝이 아니라, 이어가기 위한 자리다.

이제 나 이야기부터 하자
남의 기준은 접어 주머니에 넣어두고
잘 버틴 날보다 못 버틴 밤이 더 정확했던
그 시간의 나를 부르자
침묵으로 배운 문장들
말보다 먼저 닳아버린 마음
그래도 끝내 놓지 않았던 작은 약속 하나
나는 늘 뒤에 서 있었지만
그건 도망이 아니라 판단을 미루는 용기였다고
오늘은 말하자
흔들린 기록도
불완전한 선택도
전부 나의 서사라고
이제는 남의 이야기 말고
검열 없는 나의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리자
이제 나 이야기부터 하자
시작은 늘, 여기였다.
— 쉼표의 서재
✍️ 이 시에 대하여
남의 기준으로 재단된 성공과 실패의 서사가 아니라,
못 버틴 밤과 흔들린 기록까지 포함한 나만의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다짐.
뒤에 서 있었던 시간도, 판단을 미뤘던 순간도
모두 도망이 아닌 '나의 방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저녁노을 앞에 서 있는 쉼표. 오늘을 끝내고, 내일을 서두르지 않는 시간.

저녁 노을이 바다 위에 낮게 깔린 시간,
쉼표는 땀끼 해변에 서 있다.
하루를 다 써낸 사람처럼
두 팔을 가볍게 접고
말없이 수평선을 바라본다.
태양은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고,
파도는 서두르지 않는다.
빛과 물결 사이에서
쉼표의 시선도 천천히 식어간다.
이 장면에는
결론도, 다짐도 없다.
그저 오늘을 여기까지 살아냈다는
조용한 확인만 남아 있다.
노을 앞에 선 쉼표는
멈춘 사람이 아니라
다시 걷기 전,
숨을 고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