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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감성 에세이/단편적 사유들-짧은 에세이, 철학 단상, 문장 실험

흐린 연못에서 바다로-고여 있던 것들이 흐르기 시작할 때

고여 있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결국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넓은 품으로  물줄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흐린 연못을 지나 강을 따라 흘러가다, 이른 아침의 바다에 닿은 붉은 태양 빛
연못에서 시작된 물길이 강을 지나 바다로 이어진다. 처음엔 흐렸던 물은 움직이며 맑아지고, 아직 조용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품은 풍경이다.


 

비가 그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맑아지지 않는 물.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일은 의외로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내 마음도 그런 연못과 닮아 있었다.

 

지난겨울, 나는 오래 흐려 있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탁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가 흐린 물 사이로, 천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얼굴의 희미한 윤곽.

 

그게 신호였다.

 

혼란 속에서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흐르지 않으면 강이 될 수 없다.

강이 되지 않으면 바다에 닿을 수 없다.

 

힘겨웠던 일들, 씁쓸함과 외로움.

그 모든 것을 이제는 흘려보내기로 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