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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흐린 연못에서 바다로-고여 있던 것들이 흐르기 시작할 때 고여 있던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결국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넓은 품으로 물줄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맑아지지 않는 물.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일은 의외로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내 마음도 그런 연못과 닮아 있었다. 지난겨울, 나는 오래 흐려 있었다.무엇이 나를 이토록 탁하게 만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가 흐린 물 사이로, 천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리고 내 얼굴의 희미한 윤곽. 그게 신호였다. 혼란 속에서도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는. 흐르지 않으면 강이 될 수 없다.강이 되지 않으면 바다에 닿을 수 없다. 힘겨웠던 일들, 씁쓸함과 외로움.그 모든 것을 이제는 흘려보내기로 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눈앞에 바다.. 더보기
아무 말 없이도, 충분한 순간이 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순간들 그날은 조금 울고 있었다.무릎 위에 두 손을 모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참 많이 흔들렸던 날이었다. 옆에 누군가 앉았다.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세상은 말이 너무 많다.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받을까 두려운 날도 많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건,조용히 바라봐주는 한 사람의 시선이었다. 고개만 끄덕여주는 사람.그 눈빛 하나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괜찮아. 너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말은 없었다.하지만 그날, 나는 위로받았다. 브런치 글 보러가기 → 더보기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날이 필요한 이유 오늘은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새해가 시작되면사람들은 가장 먼저 계획부터 세운다.올해의 목표, 이번 달의 다짐,이번 주에 반드시 해내야 할 일들.그런데 이상하다.계획이 많아질수록숨이 조금씩 가빠진다.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날이왜 이렇게 불안할까.쉬고 있는데도어딘가 뒤처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는 오랫동안계획이 없는 시간을공백이 아니라결손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날은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아니다.그날은몸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날이고,마음이 뒤늦게 자리를 찾는 날이다.늦은 점심을 먹고창가에 앉아아무 목적 없이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우리는 그 시간 동안무언가를 성취하지는 않지만,대신 회복이라는 일을 하고 있다.요즘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왜 이.. 더보기
단어들을 고르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 대하여 단어를 고르듯, 마음도 다시 고른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어떤 감정은말을 붙이는 순간 시들고,어떤 감정은이름을 얻어야 비로소 살아난다. 나는 새해가 되면마음을 바꾸기보다단어들을 고르려 한다. 쉽게 꺼낸 말들 때문에너무 많은 감정이제때 숨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쁨은 자랑이 되었고,슬픔은 설명이 되었고,아픔은 침묵 속에서혼자 늙어 갔다.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 데늘 성급했다.이해하기도 전에 말로 정리했고,느끼기도 전에 결론을 붙였다. 그래서 올해는감정을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대신,조금 더 천천히,조금 더 정확한 단어들로곁에 앉아 보기로 했다. 단어들은 꽃과 닮아서억지로 피우면 상처가 나고,기다려 주면스스로 계절을 알아본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전부 바꾸는 일이 아니라,대하는 태도를다시 배우는 일.. 더보기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나는 문장으로 산다〉 어떤 날은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마음속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어떤 날은문장을 쓰지 않아도그 문장이 나를 따라다닌다. 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지만,그보다 먼저문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문장은 나의 호흡이고,나의 기억이고,나의 하루다. ✍️ 작가의 말이 글은문장을 쓰지 않는 날에도작가로 살아가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장은 종종말보다 먼저 도착하고,말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 문장이누군가의 마음에숨결처럼 머물기를 바랍니다. #나는문장으로숨을쉰다 #감성에세이 #작가의하루 #문장으로살다 #숨결같은글 #마음쓰기 #글쓰는사람 #문장의여운 #감정의기록 #작가의숨결쉼표, 쉼표의서재, 감성에세이, 작가일기, 문장글, 글쓰는사람, 문장으로숨을쉰다, 브런치감성, 일상에세이, 감정기록, .. 더보기
하루를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 쉼표의 서재 말로 남기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하루의 풍경. 기록보다 삶이 먼저였던 하루를 담았다.프롤로그매일을 기록해야 할 것 같은 날들이 있다.하루를 남기지 않으면그날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프롤로그 기록의 압박 기록하지 않은 하루 그대로 두기기록의 압박요즘은 하루를 살기보다하루를 남기느라 바쁠 때가 있다.무엇을 했는지,어떤 감정이었는지,의미를 찾지 못하면하루가 허공으로 흩어질 것 같은 마음.그래서 우리는 종종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까지도서둘러 문장으로 묶어 두려 한다.기록하지 않은 하루하지만 살다 보면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들이 분명히 있다.오늘이 그랬다.무엇을 적으려니굳이 말로 옮기고 싶지 않았고,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오늘의 하루는기록하지 않기로 했다.기록하지 않는다고하.. 더보기
버텨낸 하루 끝에서 만난 문장 | 쉼표의 서재 하루를 버텨낸 뒤 조용히 마주한 저녁의 풍경. 말로 다 하지 못한 하루의 끝에서 문장 하나가 남는 순간을 담았다.프롤로그오늘은참 잘 버텼다는 말이쉽게 나오지 않는 하루였다.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엔너무 사소했고,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마음이 조금 닳아 있었다.프롤로그 버텨낸 하루 하루의 끝 남은 문장버텨낸 하루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엔 거짓이고,큰일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과장이었다.그래서 오늘의 하루는그저 ‘버텨냈다’는 말이가장 가까웠다.하루를 버틴다는 건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대부분은그냥 도망치지 않은 정도다.할 일을 미뤘고,말을 아꼈고,괜히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하루의 끝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비로소끝이 보였다.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오늘은여기까지 온 셈이었다.잘 해.. 더보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날에 남은 문장 | 쉼표의 서재 하루를 버텨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저녁의 풍경. 말보다 침묵이 먼저였던 하루와, 그 끝에 남은 문장을 담은 이미지.프롤로그말하지 않은 하루도그대로 지나가지는 않는다.조용히 흘려보낸 시간 끝에서문장은늘 가장 늦게 도착한다.프롤로그 조용한 하루 남은 문장 하루의 끝조용한 하루오늘은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하루였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자면 말할 수는 있지만,그게 오늘을 더 잘 설명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루 종일 말을 아낀 대신조금 더 천천히 걸었다.괜히 커피를 한 번 더 내리고,창가에 오래 서 있었다.남은 문장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문득 알게 된 게 하나 있었다.말하지 않은 하루에도문장은 남는다는 것.오늘의 문장은크게 울리지 않았다.대신 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