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고르듯, 마음도 다시 고른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어떤 감정은
말을 붙이는 순간 시들고,
어떤 감정은
이름을 얻어야 비로소 살아난다.
나는 새해가 되면
마음을 바꾸기보다
단어들을 고르려 한다.
쉽게 꺼낸 말들 때문에
너무 많은 감정이
제때 숨을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쁨은 자랑이 되었고,
슬픔은 설명이 되었고,
아픔은 침묵 속에서
혼자 늙어 갔다.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 데
늘 성급했다.
이해하기도 전에 말로 정리했고,
느끼기도 전에 결론을 붙였다.
그래서 올해는
감정을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정확한 단어들로
곁에 앉아 보기로 했다.
단어들은 꽃과 닮아서
억지로 피우면 상처가 나고,
기다려 주면
스스로 계절을 알아본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전부 바꾸는 일이 아니라,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아직 말이 되지 않은 감정 옆에
조용히 자리를 놓는다.
이름을 불러야 할 때가 오면,
그때 부르기 위해서.
새해의 아침은
언제나 조금 조용해서 좋다.
마음이 먼저 말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단어들을 고르며, 감정을 적어 내려가는 새해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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