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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감성 에세이

〈밤이 오는 길목에서 〉 EP.2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의 기록

해질 무렵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의 실루엣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의 기록 — 기다림이 멈춤이 아니라 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저녁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깊어지는 감색 하늘 아래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은 인물의 실루엣을 담은 이미지입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하루, 아직 불리지 않은 이름, 아직 열리지 않은 시간들을 조용히 기다리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이 장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삶이 천천히 쌓이고 있음을,
기다림이 멈춤이 아니라 준비의 다른 이름임을 이야기합니다.


EP.2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의 기록

어떤 날들은 오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달력은 분명 하루를 넘기고, 시계는 멈추지 않는데
몸 안의 시간은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문다.

 

나는 그런 날들을 기다림이라 불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건 기다림이 아니라 쌓이는 중이었다는 걸.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던 저녁이 있었다.
해는 이미 많이 기울었고,
하늘은 오렌지와 감색의 경계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내 안에서 도착하지 않은 하루들을 떠올렸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들,
아직 괜찮아지지 않은 마음.

 

사람들은 기다림을 실패처럼 말한다.
왜 아직도 거기 있느냐고,
왜 벌써 도착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도착보다 대기 상태에 가깝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사실은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배운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은 조용히 달라진다.
눈에 띄지 않게, 소리 없이.
무언가를 더 견디는 법을 배우고
무언가를 덜 기대하는 법을 익힌다.

 

그 변화는
결과로 증명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예전 같았으면 무너졌을 순간을
그냥 지나쳐 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알게 된다.
아, 이 시간들이
나를 비워놓은 게 아니라
나를 만들고 있었구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은
공백이 아니다.
미완성도 아니다.
그건 삶이 스스로를 정렬하는 시간이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의 숨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도착하지 않은 것들을 서두르지 않는다.
오지 않은 날들을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날들이 올 때쯤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기를 바라며
그저 여기 앉아 기록한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된 날들의 흔적을.


코다 (Coda)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늦어서가 아니다.
삶이 지금,
당신을 준비시키고 있는 중일뿐이다.

 

오늘도 도착하지 않은 하루를
조용히 살아낸 당신에게
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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