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연습》
- 쉼표의 서재 에세이 시리즈 -
요즘 나는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무엇이든 빨라야 한다는 세상의 속도 속에서,
나는 조금 느리게 걷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한때는 나도 그랬다.
하루의 목록을 채우는 것이 성취인 줄 알았다.
해야 할 일, 이뤄야 할 목표, 쌓여가는 결과물들.
그 속에 묻혀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느 날의 새벽이었다.
화면을 켜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순간,
‘이건 내가 아니라 나를 닮은 기계의 하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멈추기로 했다.
조금 느리게, 조금 덜 하기로.
그리고 ‘마음의 속도를 늦추는 연습’을 시작했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다.
느림은 ‘온전히 존재하는 연습’이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려지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책상 위에서 마르는 잉크의 냄새,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의 모양.
모두 시간의 미세한 결들이었다.
이제는 그 작은 결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 삶의 온기가 있으니까.
하루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안엔 생각보다 많은 마음이 숨어 있다.
조용히 참았던 감정, 스쳐 지나간 눈빛,
그저 ‘괜찮다’고 눌러둔 순간들.
그 마음들을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아프다.
하지만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면,
조금씩 숨이 고르게 된다.
그때 비로소 마음의 속도가 늦춰진다.
나는 요즘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존재하느냐’를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 속도보다 방향.
그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때마다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건 내 마음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단어마다 호흡이 있다.
짧은 문장은 들숨, 긴 문장은 날숨.
그 리듬 속에서 나는 조금씩 회복된다.
세상이 나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느리니?”
나는 대답한다.
“이 속도가 나에게 맞으니까.”
빠른 길 위에서 길을 잃기보다,
느린 길 위에서 나를 다시 찾는 편이 낫다.
속도를 늦추면 삶의 질감이 달라진다.
모든 게 부드러워지고, 감정의 결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살아 있는 나’를 느낀다.
요즘 나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쓴다.
손끝에 남은 감정의 잔열을 따라가며 오늘의 나를 기록한다.
그건 나에게 주는 가장 작은 선물이다.
하루를 다 살아낸 나에게,
“괜찮아, 잘했어.”
그 한마디를 건네는 마음으로 나는 문장을 남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우리가 조금 늦더라도, 그 길이 나에게 맞다면 괜찮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걷는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마음아, 이제 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