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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감성 에세이

EP0-「나는 왜, 다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가」

나는 한동안 멈춰 있었다. 말을 잃으면 마음도 굳어간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언어를 배우기로 했다. 무언가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나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다. 기록은 언제나 나를 구해왔다. 흔들릴 때는 문장에 기대고, 막막할 때는 단어 한 조각으로 길을 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나는 다시 배운다. 다시 쓰고, 다시 살아보기 위해서. 이 글은 그 시작점이다. 쉼표의 서재, EP0.
“나는 왜 다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가 EP0 표지 이미지. 선언문과 제목을 중심에 배치한 미니멀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EP0 · 나는 왜 다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가

설명문(Description)

EP0 표지 이미지는 ‘다시 배우기로 결심한 순간’을 시각적으로 담은 디자인이다. 고요한 배경 위에 제목과 선언문을 중심에 배치해, 멈춤에서 다시 배움으로 넘어가는 감정의 출발점을 표현했다. 문장은 연재 전체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시작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Part 1.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부른다

한동안 나는 말을 잃고 살았다. 말이 없으니 생각도 멈추고, 생각이 멈추니 삶도 흐리지 못한 채 고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갔지만 내 안의 어떤 부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다 보면, 어떤 순간엔 스스로를 방치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말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괜찮지 않은 하루들을 견딘다.

나는 그 시간을 너무 오래 살았다. 그리고 결국, 멈춰버린 마음이 나를 붙잡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대로는 더 갈 수 없다”라고.

다시 배우는 일은, 나를 다시 꺼내는 일이다.
묻어두었던 감정을 꺼내고
언어라는 빛으로 다시 나를 비추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EP0는 단순한 ‘시작 보고서’가 아니라 멈춰 있던 시간을 복원하는 일에 가깝다. 잃어버린 페이지를 주워 다시 이어 붙이는 일. 나는 그 일을 지금 여기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다.

Part 2. 언어는 나를 복구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언어를 다시 배우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다시 보고 싶었다. ‘지금의 나’를.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흐릿하게 지나쳤고 마음은 기록되지 않은 채 오래 방치되어 있었다.

언어는 나를 다시 조립하게 해주는 공구함 같은 존재였다. 문장을 하나 적으면 마음의 면이 잡힌다. 단어를 고르면 생각의 모서리가 다듬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다시 ‘나라는 구조물’을 바라볼 용기를 얻게 된다.

그 진실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전에도 기록으로 나를 구해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다.

쓰면서 나는 하나씩 회복된다. 읽으면서 나는 다시 정렬된다. 그리고 배우면서, 나는 “멈춘 마음이 아니라 앞으로 걸어가는 마음”으로 전환된다.

이건 거창한 성찰이 아니다. 그냥 너무 오래 미뤄둔 숙제를 다시 꺼내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오히려 진심이다.

Part 3. 그럼에도 다시 배우는 이유

다시 배우는 일은 용기라기보다 선택에 가깝다.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어떤 밤에는 칼날처럼 선명해질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어딘가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바로 배움의 첫걸음이다.

사람에게는 자기 언어가 필요하다. 남이 준 문장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서 길어 올린 문장 말이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지금, 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늦게 시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늦게 시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본다. 천천히 걷기 때문에 흐르는 것들을 더 깊이 듣기 때문이다.

그 느린 보폭이 지금의 나에게는 딱 맞다.

Part 4. 이 글이 나에게 건네는 첫 번째 대답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마음은 여러 번 흔들렸다. ‘지금 이걸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 ‘이미 지나간 마음인데 왜 다시 꺼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닿는다. 나는 다시 배우지 않으면 다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내가 해야 할 일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내 언어를 되찾는 일”이다. 그 일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지금, 나는 멈추지 않고 있다.

멈춤을 기록한다는 건,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나는 지금 그 의지를 문장 위에 적고 있다.

코다(Coda). 다음 페이지를 여는 마음

EP1에서는 내가 왜 언어를 잃어버렸는지, 그 침묵의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는지를 더 깊은 결로 기록하게 된다.

EP0가 ‘다시 배우기로 선택한 이유’를 말하는 글이었다면 EP1은 ‘그 선택을 만들어낸 상처와 진실’을 들여다보는 글이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가장 어두운 감정의 밑바닥을 기록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길이다. 느리지만 정확한 걸음으로 나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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