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표, 생각의 정원에서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계절은 늘 제 할 일을 한다.
하지만 마음은 가끔 멈춰서, 어떤 향기에 발목을 붙잡힌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햇살이 스르륵 기운 오후, 낯익은 골목길을 걷다가 한 송이 보라꽃 앞에 멈춰 섰다.
그 꽃은 아무 말 없이 피어 있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향기를 들이켰다.
“잘 지내고 있니?”
속으로만 묻는다. 향기엔 대답이 없지만, 묻는 내 마음이 이미 대답이었다.
기억과 향기
보라색은 나에게 ‘기억의 빛깔’이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함께 걷던 봄길, 그 골목 어귀에 피어 있던 작은 보라꽃들은 마치 오늘 다시 돌아온 것처럼 선명했다.
사람은 잊는 법보다 그리워하는 법을 더 먼저 배우는 생명체인지도 모르겠다.
꽃 앞에 앉아 그리움과 대화하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아프고, 따뜻하고, 멈춰 있어서 좋다.
쉼표의 고백
나는 브런치 작가 심사에 다섯 번 떨어졌다.
그동안 “내 글이 부족해서일까, 너무 자유로워서일까” 수없이 되뇌었다.
그런데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진심이었고, 오늘 이 순간도 그렇다.
글을 쓰는 건 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방식이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
폼을 포기하지 않고, 마음의 향기를 숨기지 않고, 오늘도 나는 정원에 글 한 편을 심는다.
그게 ‘작가’라는 이름을 받든 받지 않든 이제는 크게 상관없다.
글의 끝, 쉼표의 시작
보라꽃 한 송이와 마주 앉아 그리움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게 바로 쉼표가 지키는 ‘생각의 정원’이다.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감성에세이 #보라꽃 #기억의 조각 #아무 말없는 수요일 #생각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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