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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JEONGSEON

오늘을 남기는 사람 쉼표


쉼표의 서재

아무 말 없이 기다리던 시간

당신의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드립니다. 작가 쉼표JEONGSEON 입니다.

글쓰기와 기록, 그리고 글로 살아가는 구조를 함께 씁니다.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문장으로 붙잡아 오래 남는 글을 씁니다.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기다린다고 해서 항상 무언가가 오는 건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종종 아무 말 없이 어떤 시간을 견뎠다.


연락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약속을 정해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은 것 같아서 가만히 두었던 시간.

말을 꺼내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이 침묵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기다림은 늘 능숙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어딘가 서툴고 조심스럽다.

그래도 나는 안다. 모든 기다림이 불안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는 걸.


어떤 기다림은 상대를 믿어서 생기고, 어떤 기다림은 관계를 아껴서 남는다.

말하지 않는 선택이 외면이 아니라 배려가 되는 순간도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창밖을 오래 바라보거나, 괜히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정리했다.

기다림이란 게 사실은 상대를 향한 시간이라기보다 나를 붙잡아 두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아무 말 없이 기다리던 시간은 대단한 의미를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았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이상하게 조금 덜 서두르게 되었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어서.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가끔 아무 말 없이 기다린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그 시간을 견디는 내 마음을 존중하기 위해서.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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