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기다린다고 해서 항상 무언가가 오는 건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종종 아무 말 없이 어떤 시간을 견뎠다.
연락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약속을 정해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은 것 같아서 가만히 두었던 시간.
말을 꺼내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었을 텐데, 괜히 이 침묵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기다림은 늘 능숙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어딘가 서툴고 조심스럽다.
그래도 나는 안다. 모든 기다림이 불안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는 걸.
어떤 기다림은 상대를 믿어서 생기고, 어떤 기다림은 관계를 아껴서 남는다.
말하지 않는 선택이 외면이 아니라 배려가 되는 순간도 있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창밖을 오래 바라보거나, 괜히 같은 자리를 몇 번이고 정리했다.
기다림이란 게 사실은 상대를 향한 시간이라기보다 나를 붙잡아 두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아무 말 없이 기다리던 시간은 대단한 의미를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았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이상하게 조금 덜 서두르게 되었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어서.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가끔 아무 말 없이 기다린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그 시간을 견디는 내 마음을 존중하기 위해서.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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