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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JEONGSEON

오늘을 남기는 사람 쉼표


쉼표의 서재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작된 날

당신의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드립니다. 작가 쉼표JEONGSEON 입니다.

글쓰기와 기록, 그리고 글로 살아가는 구조를 함께 씁니다.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문장으로 붙잡아 오래 남는 글을 씁니다.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시작은 항상 거창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면 말이 필요하고, 설명이 필요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확신의 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날의 시작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이루어졌다.


끝났다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 날은 끝난 적 없다는 얼굴로 다시 앞에 놓여 있었다.

그날 우리는 다시 만났지만, 예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그 사이의 공백을 굳이 메우려 하지도 않았다.

마치 서로가 잠시 다른 페이지를 읽고 돌아온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작된 날은 조심스러웠다.

괜히 말을 얹으면 이 고요가 깨질 것 같았고, 괜히 의미를 붙이면 부담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같은 속도로 걸었고, 같은 방향을 보았고, 굳이 이름 붙이지 않은 채 시간을 나눴다.


나는 그날 알았다.

다시 시작된다는 건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르게 머무는 일이라는 걸.

예전과 똑같이 말하지 않아도, 예전만큼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는 방식은 충분히 남아 있다는 걸.


아무 말 없이 시작된 하루는 의외로 단단했다.

불안하지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증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여기서 다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시작을 믿어보려 한다.

말로 다짐하지 않아도, 약속을 적어두지 않아도, 조용히 이어지는 관계와 천천히 회복되는 마음을.

아무 말 없이 다시 시작된 날은 어쩌면 가장 솔직한 시작일지도 모르니까.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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