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고, 끝까지 꺼내지 않은 문장들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시간들은 제대로 남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아무 말 없이 지나온 날들에도 분명히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함께 걷던 순간, 기다리던 시간, 끝내 이어지지 못한 대화와 다시 시작된 날들.
그 모든 장면이 말로 묶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흩어지지 않고 마음 안에 남아 있었다.
사람은 보통 확실한 말과 분명한 결론을 기억하려 애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지탱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남은 것들은 대단하지 않다.
추억이라고 부르기엔 조용하고, 교훈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그저 지금의 내가 이만큼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흔적들이다.
모든 관계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모든 감정이 말로 정리되지 않아도, 그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남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연작의 끝에서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는다.
다만 아무 말 없이 남아 있는 것들을 이대로 두기로 한다.
그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으면서.
아무 말 없이, 그래도 남은 것.
그건 사라지지 않았고, 지워지지도 않았고, 지금도 조용히 나를 살게 한다.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감성에세이 #아무 말없는 수요일 #그래도 남은 것 #조용한 마무리 #쉼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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