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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변방에서 쓰는 현장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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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일지 #5 — 땀이 먼저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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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땀을 흘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이미 공기가 무거웠다. 베트남의 4월은 봄이 아니다. 계절이 따로 없다. 그냥 덥거나, 더 덥거나, 아니면 비가 쏟아지거나. 요즘은 그 세 가지가 하루 안에 다 일어난다.

습도가 높으면 생각도 눅눅해진다는 걸 이곳에 살면서 알았다. 노트북을 켜도 손가락이 무겁고, 단어 하나를 꺼내는 데 평소보다 힘이 더 든다. 에어컨을 틀면 조금 낫지만, 그것도 잠시다. 문을 열면 다시 열기가 밀려온다.

그래도 썼다.

베트남 카페 창가에서 땀을 닦으며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여성
덥다고 멈추지 않았다. 땀이 먼저 글을 썼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뉴스에서도, 사람들 입에서도. 그런데 나는 그 말이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일이 됐다. 오전 열 시면 이미 한낮 같고, 그늘 아래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이런 날씨에 글을 쓴다는 게 가끔은 웃기다 싶다. 몸이 먼저 항복을 선언하는데, 마음은 아직 쓰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마음이 이긴다. 매번.


오늘 하루도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숫자들을 확인하고, 이것저것 손을 봤다. 작은 것들이 쌓이는 하루였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 어제보다 조금 더 앞으로 간 느낌은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빠르게 달려가는 것보다 방향이 맞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 더운 나라에서 땀 흘리며 배우고 있다.

베트남 4월 오후 햇살 아래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거리와 오토바이
베트남의 4월은 봄이 아니다. 그냥 덥거나, 더 덥거나.

내일도 더울 것이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또 노트북을 켤 것이다. 땀이 먼저 글을 쓰는 날이 있어도 — 결국 글은 내가 쓴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하다.


베트남, 4월의 어느 오후에

땀방울 맺힌 손목시계와 한글 노트, 베트남 카페 테이블 위 아이스 음료
결국 마음이 이긴다. 매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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