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두르지 않는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설명문
부드러운 조명이 만든 그림자 속에서 노트는 조용히 열려 있다.
빠르게 완성하려는 문장이 아니라,
천천히 도착하는 생각을 받아 적는 시간.
이 이미지는 기다림을 배운 마음의 속도,
말보다 먼저 숨을 고르는 사유의 저녁을 담고 있다.
본문
예전의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비어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구간,
그래서 빨리 지나가야 하는 구간.
그래서 늘 마음이 먼저 나갔다.
몸이 따라오지 못해도,
상황이 준비되지 않아도
일단 움직이고 보자는 쪽을 선택했다.
기다림은 늘 불안과 함께였고,
불안은 행동으로 덮는 게 낫다고 믿었다.
하지만 멈춰본 뒤에야 알게 됐다.
기다림은 공백이 아니라
**조정의 시간**이라는 걸.
속도를 다시 맞추고,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라는 걸.
기다릴 줄 알게 되면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당장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
지금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들,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은 일들.
모든 것에 즉시 답하지 않아도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여백 덕분에
생각은 깊어지고,
감정은 덜 소모된다.
나는 요즘
무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예전처럼 조급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다릴 줄 알게 되었다는 건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뜻에 가깝다.
서두르지 않아도
올 것은 온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더 온전한 상태로 서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단편적 사유들〉 1부를 마치며
이 시리즈는
마음의 속도를 잃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여기까지가 1부의 끝입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조금 더 고요해진 자리에서 다시 이어가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문장은 멈췄지만, 사유는 계속됩니다.
—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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