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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베트남에서 한 달에 한 번만 마트 가는 이유 베트남에서는 장보기도 하나의 생활 전략이 된다 베트남에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여기서는 ‘장보기’가 일상이 아니라 하나의 결정이라는 걸.오늘도 그랬다.마트에서 산 물건을 한 보따리씩 택시 트렁크에 싣는데, 점원들 눈이 동그레 졌다.“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는 표정이었다.하지만 나는 안다.이게 과한 게 아니라는 걸.베트남에서 마트는 생각보다 비싸다베트남 물가가 싸다고들 하지만, 그건 이동비를 계산에 넣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대형마트는 대부분 주거지와 거리가 있다.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는 드물고, 결국 택시를 타야 한다.이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마트에서 산 식재료 값보다 왕복 택시비가 더 나오는 날도 생긴다.처음에는 한국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였다.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자주.. 더보기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조금 다르다 베트남의 성탄절은 조용한 기도가 아니라사람들 사이로 흐르는 빛이다.이 나라는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그럼에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거리엔 트리가 서고, 불빛이 켜진다.종교 때문이 아니라,함께 즐기기 위해 성탄절을 맞이한다.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조용한 기도보다 사람들 사이의 빛으로 기억된다.🎄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이브이브가 되면 사람들은 집에 머물지 않는다.카페로 나가고, 거리로 걷고, 사진을 찍는다.산타 모자를 쓴 연인들,별 모양 풍선을 든 아이들,그리고 커피를 들고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곳의 성탄절은신성함보다 생활에 가깝다.⛪ 조용히 열리는 교회의 밤가톨릭 신자들은 이브 밤에 교회로 향한다.요란하지 않고, 줄을 서서 조용히 기다린다.기도는 안쪽에서 이루어지고,밖의 세상은 여전히 웃고 있다.이 두.. 더보기
☕ 〈커피가 식기 전에〉 #3 — 오늘을 허락하는 법 아침 10시, 하루의 조건을 점검하기보다지금 이 상태 그대로 오늘을 열어도 된다고 말해보는 시간에 관한 글입니다.잘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완벽하지 않아도 하루를 살아도 된다는 조용한 허락을 담았습니다.〈커피가 식기 전에〉 연재 세 번째 글로,아침의 온기처럼 짧지만 분명한 시작의 태도를 전합니다. ☕ 〈커피가 식기 전에〉 #3— 오늘을 허락하는 법하루를 시작할 때우리는 늘 조건을 붙인다.이만큼 해야 시작해도 된다고,이 정도는 갖춰야 괜찮다고.하지만 오늘은조건 없이 허락해 보려고 한다.지금 이 상태 그대로.잘하지 않아도,완벽하지 않아도,그래도 하루를 열어도 된다고.커피가 식기 전의 온기처럼이 허락은 오래가지 않을지 모른다.그래도 괜찮다.아침엔 잠깐이면 충분하다.오늘은 이렇게 시작해도 .. 더보기
☕ 〈커피가 식기 전에〉 #2— 아직 괜찮다는 말 아침 10시, 커피 향이 가장 진하게 퍼지는 시간에하루를 시작하며 마음에 스치는 생각 하나를 기록한 에세이입니다.완벽한 준비나 분명한 다짐보다지금 이 순간을 살아도 괜찮다는 작은 허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커피가 식기 전에〉 연재의 두 번째 글로,바쁜 하루 앞에서 잠시 멈춰자신의 속도로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2— 아직 괜찮다는 말아침마다마음은 늘 점검 대상이 된다.괜찮은지, 준비됐는지,오늘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하지만 사실우리는 매일완전히 준비된 상태로하루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나에게 먼저 말해본다.아직 괜찮다고. 아직 방향이 흐릿해도,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도,그래도 괜찮다고. 커피 한 모금을 넘기듯이 말도 천천히 삼킨다.오늘을 시작하기엔그 정도면 충분하다. 커피가 식기 .. 더보기
☕〈커피가 식기 전에〉 #1— 생각 하나 아침 10시, 커피 향이 가장 진하게 퍼지는 시간에하루를 시작하며 마음에 스치는 생각 하나를 기록한 에세이입니다.완벽한 준비나 분명한 다짐보다지금 이 순간을 살아도 괜찮다는 작은 허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커피가 식기 전에〉 연재의 첫 번째 글로,바쁜 하루 앞에서 잠시 멈춰자신의 속도로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커피가 식기 전에〉 #1— 생각 하나커피를 마시다 보면생각이 먼저 식을 때가 있다.아직 다 마시지도 않았는데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생각 하나만 남겨보려고 한다.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 말고,오늘을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 하나. 아침이 늘 새로울 필요는 없다.어제의 연장선이어도 좋고,조금 느린 시작이어도 괜찮다. 커피가 식기 전에이 생각 하나만 붙잡아 .. 더보기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가이드: 마음이 안전해야 성장한다 프롤로그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겉으로는 환하게 웃지만, 마음 안쪽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조용한 파도가 흐른다. 언어와 문화, 환경이 다르게 겹쳐져서 생기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들. 그 작은 진동이 아이의 하루를 얼마나 흔들어놓는지, 어른들은 종종 알아채지 못한다. 이 글은 그 아이들의 마음에 처음으로 손 내밀어주는 사람을 위한 기록이다. 부모든 교사든 보호자든, 한 아이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해. 오늘, 단 한 아이의 마음이라도 지켜내자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여러 문화·언어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낄 때 나타나는 밝고 편안한 표정을 담은 이미지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자존감입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이.. 더보기
물이 고인 시간, 마음이 잠긴 하루 | 잠시 멈춰 선 세상 속에서ㅡ쉼표의 서재 견딤과 회복으로 가는 길 – 쉼표의 서재《물이 고인 시간, 마음이 잠긴 하루》 “물이 고인 시간은 끝이 아니라, 다시 맑아질 마음의 예고편이다.”1. 잠시 멈춘 세상 속에서비가 멈추지 않던 며칠 동안, 도시는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잃은 듯 고요했다. 도로 위를 스쳐 가던 사람들의 발자국은 멈췄고, 일상의 소음 대신 물의 숨소리가 들려왔다.2. 불안과 기다림의 경계에서강이 넘치고 길이 끊겨버린 풍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출근길에 섰다. 우리의 하루는 그렇게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없는 현실’ 사이를 버티며 이어진다.3. 물이 빠져나가듯 마음도 흘러가리라고여 있던 감정도 결국 흘러간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의 불안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살아냈다’는 한 줄의 문장뿐.4. 햇살은 언제나 돌아.. 더보기
《비에 잠긴 도시, 마음이 젖지 않기를》 | 쉼표의 서재 《비에 잠긴 도시, 마음이 젖지 않기를》 다낭의 하늘이 며칠째 울고 있다.물은 길 위로 차올랐고, 오토바이는 멈춰 섰다.회사 앞 도로는 더 이상 ‘길’이 아니었다.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위에서 서 있었다.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고, 도왔다.그 장면이 이상하게 따뜻했다.일주일째 갇혀 있는 동료가 말했다.“이제 비 그치면, 제일 먼저 회사 가고 싶어요.”웃음 섞인 말이지만, 그 속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어쩌면 이 시간은 우리에게 ‘함께’의 의미를 다시 가르쳐 주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물은 언젠가 걷히겠지만,우리는 이 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함께 버티며 건넌 이 며칠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다낭의 비가 그치면,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할 것이다.천천히, 그러나 확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