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버텨낸 뒤 조용히 마주한 저녁의 풍경. 말로 다 하지 못한 하루의 끝에서 문장 하나가 남는 순간을 담았다.
프롤로그
오늘은
참 잘 버텼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하루였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사소했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마음이 조금 닳아 있었다.
버텨낸 하루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엔 거짓이고,
큰일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과장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하루는
그저 ‘버텨냈다’는 말이
가장 가까웠다.
하루를 버틴다는 건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그냥 도망치지 않은 정도다.
할 일을 미뤘고,
말을 아꼈고,
괜히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하루의 끝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끝이 보였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여기까지 온 셈이었다.
잘 해냈다는 말도,
괜찮다는 위로도 없었지만
하루는 조용히
끝에 다다라 있었다.
남은 문장
그 순간에야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오늘의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는 문장.
버텨낸 하루 끝에서 만난 문장은
대개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남는다.
오늘을 버텨낸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문장이 하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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