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의 망설임 —
프롤로그
이거 진짜 뭐야?
다낭에 온 지 7개월째.
매일 같은 생각만 한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빛이 거의 없는 검은 배경 위에 미세한 결이 남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없이 흔들리고 망설인 흔적이 쌓인 표면이다.
이 이미지는 결단의 순간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며 견뎌낸 시간 자체를 담고 있다.
맨땅에 헤딩
4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베트남에 왔다.
계획?
없었다.
연줄?
없었다.
베트남어?
“안녕하세요” 하나.
돈?
퇴직금뿐.
친구?
한 명도 없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헤딩한 맨땅이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거였다.
모지란 삶
7개월이 지났다.
돈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
계산해 보면 무섭다.
“이 속도면 몇 년 못 버티겠네.”
할 일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다.
출근할 회사도, 만날 사람도, 해야 할 일도 없다.
말도 안 통한다.
택시를 타도, 식당에 가도, 슈퍼에 가도.
손짓 발짓. 매번.
혼자다.
정말, 완전히, 철저하게 혼자다.
이거 진짜 아니잖아?
7개월의 망설임
그래서 매일 망설였다.
아침에 눈 뜨면: “돌아갈까?”
점심 먹으면서: “돌아가야 하나?”
저녁에 혼자 앉아서: “진짜 돌아가자.”
밤에 잠들기 전: “내일 표 알아볼까?”
7개월 내내.
이런 삶은 미친 짓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그런데 왜 안 돌아가냐고?
돌아가도 똑같을 것 같아서.
너네들이 알아?
가끔 한국 친구들한테 연락이 온다.
“어때? 좋지?”
“부러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용기 있네. 대단해.”
읽으면서 웃음이 나온다.
너네들이 내 심정을 알아?
좋긴 뭐가 좋아.
매일 외롭고 불안한데.
부럽긴 뭐가 부러워.
돈 떨어지는 거 보면 식은땀 나는데.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후회되는데.
겪어보지도 않고 까불어대는 꼴 보면 화가 난다.
“이해해.”
이해는 무슨. 오지랖이지.
정말 대단해요?
아니요. 멍청한 삶이에요.
시간
그렇게 망설이고,
화내고,
후회하고,
불안해하면서.
시간은 무심하게 지나간다.
어느새 7개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7개월.
매일 똑같은데 7개월.
아무 의미 없는데 7개월.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만 하면서,
결국 안 돌아가고,
그냥 여기 있고.
이렇게 시간만 흘러간다.
책임
문득 깨달았다.
누가 내 인생 책임져주나?
회사? 그만뒀어.
상사? 이제 남이야.
동료? 각자 바빠.
가족? 각자 인생 살아.
친구? 점점 연락 뜸해.
아무도 없어.
내가 한국 가든, 여기 있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누가 내 인생 절대 책임 없어.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뭔 소린가 했는데,
7개월 망설이다 보니 알겠다.
나는 누구인가?
40년 일하다 때려치운 사람
뭘 원하는가?
자유? 맞아.
하지만 외로움은 싫어.
어떻게 살 것인가?
모르겠어. 아직도.
그런데 이것만은 안다.
돌아가도 불행하고,
여기 있어도 불행하면.
차라리 내가 선택한 불행이 낫다.
결정
그래서 결정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
내 인생 내가 결정하면 되니까.
누가 뭐래도,
이해 못 해도,
멍청해 보여도.
내가 선택했으니까.
7개월 망설였지만,
결론은 같다.
계속 간다.
작가의 말
7개월 동안 매일 망설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맨땅에 헤딩한 삶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돈은 줄고, 외롭고, 불안하고.
사람들은 부럽다고 합니다.
겪어보지도 않고.
누가 제 인생 책임져주나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정했습니다.
망설이지만 계속 갑니다.
후회하지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내 인생 내가 결정하면 되니까요.
다음 편 예고
EP.3 —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다
말 안 통하는데 어떻게 살아?
느낌으로!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7개월의 망설임 #맨땅에 헤딩#내 인생 내가 결정 #인생 2막 #쉼표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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