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를 지나가던 날
시간은 언제나 앞으로 흐른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멈춰 선 나를 스치며 시간은 지나갔고, 나는 그 뒤에 남겨졌다. 지나간 하루가 어쩐지 오래 머무는 듯했다. 이미 지난 문장 속에 여전히 나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나는 오래된 글들을 다시 펼쳐 보았다. 먼지가 내려앉은 단어들, 희미한 감정들, 그 안에 숨어 있던 나의 숨결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지워졌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사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지만, 마음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곳에서 나는 나의 문장을 다시 만난다. 한때 잊혀진 단어들이 천천히 깨어나, 종이 위로 스며든다. 그건 마치 오래된 별빛이 다시 지구에 닿는 것과도 같다.
그날 이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조금 더 천천히 호흡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에 시간을 심는다. 그 사이에서 나는, 잃었던 나를 되찾는다.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머물러 있던 그 마음의 조각들을.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알게 된다. 시간은 나를 지나가지만, 나의 문장은 그 시간을 품고 남는다는 것을.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사라지는 것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빛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모든 이야기는 당신의 마음에 쉼표 하나를 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