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을 낮춘 스탠드 아래에서
오늘을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
선택하지 못했던 순간들까지도
기록으로 남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쉼표의 저녁.
오늘은
선택하지 못한 것들이 유난히 많았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사이에서
몇 번이나 멈췄고,
결정해야 할 순간마다
한 박자 늦게 숨을 골랐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하루는 분명 흘러갔고,
나는 그 안에서 나름의 자리를 지켰다.
열심히 살았다는 말은
오늘따라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런 문장이 남았다.
그래도 오늘을 버리지는 않았다.
괜찮은 척도 했고,
솔직해지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결국은 또 조용히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요즘의 나는
크게 흔들리기보다는
작게 오래가는 법을 배우는 중인 것 같다.
선택하지 못한 하루는
실패한 하루가 아니라
아직 결론을 미루어 둔 하루다.
그걸 이제는 안다.
오늘의 기록은
잘한 일을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해 쓴다.
이만하면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오늘도 하루가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남긴다
—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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