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처럼 펼쳐진 조명에서 번지는 부드러운 빛이 하루의 끝을 알린다.
말이 많지 않았던 날, 기록 대신 남겨둔 온기 같은 순간.
쉼표의 서재는 이렇게 조용히 하루를 닫는다.
오늘은 조용히 잘 버텼다.
대단한 성취는 없었고,
눈에 띄는 환호도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 싶은 날이었다.
아침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일어났다.
생각들이 먼저 깨어나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줄 세웠다.
그중 몇 개는 해냈고,
몇 개는 다음 날로 미뤘다.
미뤘다고 실패는 아니다.
지금의 나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
글을 쓰는 중간중간
이상하게도 ‘잘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자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질문을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의심도 함께 걷는 동반자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쉼표의 서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조용히 열려 있었고,
나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공간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조회 수보다,
반응보다,
‘계속 쓰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었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몸은 느려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이상하게도
이런 날들이 쌓여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적인 날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은 날들 덕분에.
오늘의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여전히 쓰고 있고,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이 길 위에 서 있다.
그것이면 된다.
오늘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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