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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오늘을 남기는 사람: 기록 · 언어 · AI · 콘텐츠


마님과 마당쇠의 영어 한마당

마님과 마당쇠가 벌이는 영어 한마당 · 제7화 윤겸아, 문을 열어드리거라

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연구실의 쉼표 입니다.

글쓰기와 기록, 그리고 글로 살아가는 구조를 함께 씁니다.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문장으로 붙잡아 오래 남는 글을 씁니다.

손님 한 분을 모시라 했더니, 윤겸은 온 장터를 불러들였다


그날 아침, 대문 밖에서 낯선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윤겸은 마당 한가운데에서 빗자루질을 멈추었다.

말발굽 소리는 대문 앞에서 멎었다.

잠시 뒤 문고리가 두 번 울렸다.

덜컹, 덜컹.

윤겸은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곧바로 문을 열지는 않았다.

지난번 외국인 선생이 처음 찾아왔을 때, 윤겸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묻지 않고 대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 일로 마님에게 한마디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문은 사람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집을 지키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윤겸은 문틈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시오?”

대문 밖에서 익숙한 외국인 선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It’s me. Good morning!”

윤겸의 표정이 밝아졌다.

“선생님이셨군요.”

그는 문고리를 잡다가 잠시 멈췄다.

어제 마님께서 오늘은 손님을 맞이하는 영어를 배우겠다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윤겸은 대문을 반쯤 연 채 외국인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직 배우지도 않은 영어를 아는 체하며 말했다.

“웰컴…… 도어.”

외국인 선생이 눈을 깜빡였다.

“Welcome door?”

윤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오시라는 말과 문이라는 말을 합쳤사옵니다.”

선생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윤겸이 매우 성의 있게 틀렸다는 사실만은 알아본 듯했다.

그때 안채에서 마님이 걸어 나왔다.

“윤겸아, 선생님을 대문 앞에 세워두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

“영어로 문을 열어드리는 중이옵니다.”

“문은 손으로 열고, 영어는 입으로 하거라.”

윤겸은 대문을 활짝 열었다.

마님은 외국인 선생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윤겸에게 오늘의 첫 문장을 알려주었다.

“Please come in.”

들어오세요.

윤겸은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플리즈…… 컴…… 인.”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어보거라.”

“플리즈 커민.”

“그래.”

윤겸은 외국인 선생에게 한쪽 팔을 크게 펼쳐 보였다.

“Please come in.”

선생이 환하게 웃으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한옥 대문에서 윤겸이 문을 활짝 열고 팔을 크게 펼쳐 외국인 영어 선생을 안으로 안내하며, 마님이 뒤에서 웃음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대문 밖 비단 장사꾼이 호기심 있게 돌아보는 장면
영어 한마디로 선생님을 맞이한 윤겸은, 지나가는 사람까지 손님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윤겸은 자기 말 한마디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마님.”

“왜 그러느냐?”

“영어란 사람을 움직이는 힘도 있사옵니까?”

“네 말의 뜻을 알아들었으니 움직인 것이다.”

“소인이 방금 대문보다 큰일을 한 듯하옵니다.”

“문 하나 열었을 뿐이다.”

“사람의 발걸음까지 열었으니 문 하나보다 크지 않사옵니까?”

마님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손님을 맞이하는 첫마디

Please come in.

플리즈 커민

Pleasecomein

들어오세요.


쉼표의 호흡 팁
come과 in을 따로 끊지 말고 커민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명령처럼 세게 말하지 말고, 손님에게 길을 열어주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건넨다.

외국인 선생은 대청마루에 올랐다.

윤겸은 어제 물을 건넸던 작은 소반을 가져왔다.

하지만 손님을 어디에 앉혀야 하는지 몰라 소반만 내려놓고 멀뚱히 서 있었다.

마님이 빈 방석을 가리켰다.

“손님께 자리를 권해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윤겸은 방석을 들어 외국인 선생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 방석이옵니다.”

“방석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니라 앉으시라고 말해야 한다.”

마님은 두 번째 문장을 알려주었다.

“Please have a seat.”

앉으세요.

윤겸은 고개를 갸웃했다.

“시트가 무엇이옵니까?”

“자리라는 뜻이다.”

윤겸은 방석을 내려다보았다.

“이 작은 방석에도 영어 이름이 있었사옵니까?”

“방석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앉을 자리를 뜻한다.”

“영어는 물건보다 뜻이 넓어 소인이 늘 뒤를 쫓는 기분이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잘 쫓아가고 있지 않느냐.”

윤겸은 그 말에 어깨를 조금 폈다.

그는 방석을 가지런히 놓고 외국인 선생에게 말했다.

“Please have a seat.”

선생은 “Thank you”라고 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윤겸은 잊지 않고 대답했다.

“You’re welcome.”

마님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윤겸은 물을 제 목으로 넘기고도 가져왔다고 우기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손님을 맞고, 자리를 권하고, 감사 인사까지 받았다.

영어가 갑자기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윤겸은 자기가 배운 말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외국인 선생은 가죽 가방에서 작은 종이 묶음을 꺼냈다.

오늘 수업에 쓸 그림 카드였다.

윤겸이 카드에 그려진 의자와 문, 탁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동안, 대문 밖에서 장사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단이오! 고운 비단이 왔소!”

윤겸의 귀가 쫑긋 섰다.

방금 배운 문장을 한 번 더 써볼 기회였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인이 다녀오겠사옵니다.”

“어디를 가느냐?”

“영어를 복습하러 가옵니다.”

윤겸은 대문으로 달려갔다.

마님이 말릴 틈도 없었다.

대문 밖에는 비단 보따리를 멘 장사꾼이 지나가고 있었다.

윤겸은 문을 활짝 열고 우렁차게 말했다.

“Please come in!”

장사꾼이 걸음을 멈췄다.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윤겸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는 것은 알아본 듯했다.

“비단을 보시려오?”

윤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들어오시오.”

장사꾼은 기다렸다는 듯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윤겸은 다시 대청마루를 가리켰다.

“Please have a seat.”

장사꾼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으나, 빈 방석과 윤겸의 손짓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

외국인 선생은 갑자기 나타난 비단 장사꾼을 바라보았다.

마님도 윤겸을 바라보았다.

윤겸은 매우 자랑스러운 얼굴이었다.

“마님, 소인이 손님 한 분을 더 맞이하였사옵니다.”

한옥 대청마루에서 윤겸이 지나가던 비단 장사꾼을 손님으로 불러들여 뿌듯해하고, 비단 장사꾼이 보따리를 펼치는 동안 마님과 외국인 영어 선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
윤겸은 환영 인사를 정확히 배웠지만, 환영할 사람을 고르는 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누가 저분을 모셔오라 하였느냐?”

“손님에게 들어오시라 하라고 배우지 않았사옵니까?”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하라는 말이다.”

“저분도 대문 앞에 계셨사옵니다.”

“지나가던 중이었다.”

윤겸은 잠시 생각했다.

“지나가는 손님과 찾아온 손님은 어떻게 구별하옵니까?”

“우선 우리 집에 볼일이 있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윤겸은 비단 장사꾼에게 물었다.

“우리 집에 볼일이 있으시오?”

장사꾼은 보따리를 풀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생겼소.”

마님은 이마를 짚었다.

그 순간 대문 밖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약초요! 산에서 갓 캐온 약초요!”

윤겸의 몸이 다시 움직이려 했다.

마님이 낮게 불렀다.

“윤겸아.”

윤겸은 한쪽 발을 대문 방향으로 내민 채 멈췄다.

“예, 마님.”

“그 자리에 앉거라.”

“약초 장수에게는 연습하지 않아도 되옵니까?”

“오늘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말이 아니라, 누구를 불러들여야 하는지 판단하는 법이다.”

윤겸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영어보다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 더 어렵사옵니다.”

“그래서 문에는 문지방이 있고, 사람에게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자리를 권하는 말

Please have a seat.

플리즈 해버 

Pleasehaveaseat

앉으세요.


쉼표의 호흡 팁
have a를 따로 읽지 말고 해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seat은 길게 늘이지 말고 짧고 또렷하게 마무리한다.

비단 장사꾼이 돌아간 뒤, 마님은 윤겸을 대문 앞으로 데려갔다.

“문을 연다는 것은 누구든 들어오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윤겸은 닫힌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영어로 들어오시라 하기 전에 먼저 누구인지 물어야 하옵니까?”

“그렇다.”

마님이 새로운 문장을 알려주었다.

“Who are you?”

누구십니까?

윤겸이 따라 말했다.

“후 아 유?”

“한 단어씩 세게 끊지 말고 이어보거라.”

“후어유?”

“그래.”

윤겸은 문틈을 들여다보며 연습했다.

“Who are you?”

마님이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은 뒤 바깥에서 문고리를 흔들었다.

덜컹, 덜컹.

윤겸은 대문 안에서 물었다.

“Who are you?”

마님이 대답했다.

“It’s me.”

윤겸은 문을 열지 않았다.

“‘나’라고만 하시면 누군지 알 수 없사옵니다.”

대문 밖이 조용해졌다.

윤겸은 자신이 아주 훌륭하게 집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님이 다시 말했다.

“나다. 문을 열거라.”

“누구신지 성함을 밝혀주시옵소서.”

“윤겸아.”

목소리가 낮아졌다.

윤겸은 황급히 문을 열었다.

“마님이셨사옵니까?”

“목소리를 듣고도 몰랐느냐?”

“집을 지키는 일에 너무 충실했사옵니다.”

“충실함과 답답함은 종이 한 장 차이로구나.”

윤겸은 마님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한쪽으로 비켜섰다.

“Please come in.”

마님은 대문을 넘다가 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나에게도 들어오라 허락하는 것이냐?”

윤겸은 얼굴이 붉어졌다.

“마님께서는 이 집의 주인이시니 허락 없이도 들어오실 수 있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문을 막았느냐?”

“오늘 배운 것을 너무 성실히 지킨 탓이옵니다.”

마님은 고개를 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윤겸은 그 뒤를 따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님.”

“또 무엇이냐?”

“마님께서는 소인의 마음에도 허락 없이 들어오실 수 있사옵니까?”

마님의 걸음이 아주 잠시 멈췄다.

그러나 윤겸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네 마음에도 문이 있느냐?”

윤겸은 대문을 돌아보았다.

“있었던 듯한데, 마님께서 이미 열고 들어오신 뒤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마님은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귀 끝이 아침 햇살보다 붉어져 있었다.

문을 열기 전에 묻는 말

Who are you?

후어유?

Whoareyou

누구십니까?


쉼표의 호흡 팁
Who / are / you로 하나씩 자르지 말고 후어유처럼 한 호흡으로 이어준다.
상대를 경계할 때도 목소리를 지나치게 세우지 말고, 또렷하고 침착하게 묻는다.

오후가 되자 외국인 선생은 윤겸에게 손님맞이 연습을 시켰다.

선생이 대문 밖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면, 윤겸이 안에서 물었다.

“Who are you?”

“I’m your English teacher.”

“Please come in.”

“Thank you.”

“Please have a seat.”

처음에는 문장을 하나씩 떠올리느라 대문 앞에 선 선생을 오래 기다리게 했다.

두 번째에는 자리를 권하는 말을 잊어 선생을 마당 한가운데 세워두었다.

세 번째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문을 열어놓고 “Who are you?”라고 물었다.

그러나 네 번째가 되자 윤겸은 제법 자연스럽게 말했다.

“Who are you?”

“I’m your English teacher.”

“Please come in.”

선생이 대청마루에 오르자 윤겸은 빈 방석을 가리켰다.

“Please have a seat.”

선생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Excellent!”

윤겸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님, 선생님께서 소인을 아주 훌륭한 문지기라 하신 것이옵니까?”

“아주 잘했다는 뜻이다.”

“그 말이 그 말이 아니옵니까?”

“문지기 일을 잘했다는 뜻이지, 평생 문지기로 살라는 뜻은 아니다.”

윤겸은 대문을 바라보다가 마님을 바라보았다.

“소인은 이제 문지기가 싫지 않사옵니다.”

“어찌하여?”

“누구를 들이고, 누구를 기다리게 하며, 누구에게 문을 열어야 하는지 정하는 사람이 아니옵니까?”

마님은 잠시 윤겸을 바라보았다.

아침의 윤겸은 영어 한마디를 더 써보고 싶어 지나가는 사람까지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문을 연다는 일이 단순히 빗장을 푸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 이해한 듯했다.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 안으로 들어와도 좋다고 믿는 일이기도 했다.

마님이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누구에게 문을 열어주고 싶으냐?”

윤겸은 잠시 생각했다.

“먼 길을 와서 쉴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열어주고 싶사옵니다.”

“또?”

“배우고 싶으나 들어올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도 열어주고 싶사옵니다.”

마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겸은 한동안 대문을 바라보다 덧붙였다.

“그리고 소인을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열어주고 싶사옵니다.”

“누가 너를 찾아오겠느냐?”

윤겸은 웃으며 마님을 바라보았다.

“마님께서 언젠가 소인을 찾아오실지도 모르지 않사옵니까?”

“내가 왜 너를 찾아가야 하느냐?”

“소인이 언젠가 이 집을 떠나 더 큰 세상을 보러 간다면 말이옵니다.”

마님의 표정에서 웃음이 아주 조금 사라졌다.

윤겸은 아직 아무 계획도 없었다.

그러나 말을 배우며 세상을 향한 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그 문을 넘어야 할 날이 올 수도 있었다.

마님은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도, 그날이 너무 빨리 오지는 않기를 바랐다.

“그때 내가 찾아가면 문을 열어줄 것이냐?”

윤겸은 망설이지 않았다.

“마님께는 문을 묻지 않겠사옵니다.”

“어째서?”

“마님께서 오실 자리는 처음부터 비워두겠사옵니다.”

이번에는 마님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외국인 선생은 두 사람의 조선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화의 끝에 흐른 침묵이 영어 수업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는 사실은 눈치챈 듯했다.

그는 조용히 영어책을 덮었다.

그리고 윤겸에게 말했다.

“Good job today.”

윤겸은 환하게 웃었다.

“Thank you.”

선생이 손을 내밀었다.

윤겸은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마주 잡았다.

“Nice to meet you.”

선생이 말했다.

윤겸은 마님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나서 반갑다는 뜻이다.”

윤겸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만났는데, 이제야 처음 만난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인사말로 쓰는 표현이다.”

윤겸은 선생의 손을 다시 단단히 잡았다.

“Nice to meet you.”

발음은 아직 서툴렀지만, 이번에는 뜻을 알고 말했다.

늦은 오후 한옥 대문 앞에서 윤겸이 외국인 영어 선생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마님이 툇마루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열린 문 너머로 햇빛 비친 길이 이어지는 장면
윤겸은 손님을 맞이하는 영어와 함께, 자신을 기다리는 더 넓은 세상의 문도 조금 열었다.

 

누군가를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을 열어주는 일이 아니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묻고,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고,

마침내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는 일이었다.

윤겸은 그날 대문 앞에서 영어 세 문장을 배웠다.

그러나 마님이 윤겸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문장보다 더 오래 남는 일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 친절은 아니며,

아무에게도 문을 열지 않는 것이 안전도 아니라는 것.

좋은 문은 굳게 닫혀 있는 문도, 늘 활짝 열린 문도 아니었다.

누구를 맞이할지 생각할 줄 아는 문이었다.

오늘 윤겸이 완성한 손님맞이

Who are you?
누구십니까?

Please come in.
들어오세요.

Please have a seat.
앉으세요.

Nice to meet you.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음 이야기

제8화. 윤겸아, 그분 성함부터 여쭈어라

문을 여는 법을 배운 윤겸에게 이번에는 처음 보는 손님이 찾아온다.
윤겸은 영어로 이름을 묻지만, 손님의 긴 이름을 듣자 첫 음절만 기억해버린다.

윤겸: What is your name?

손님: My name is Alexander William Hartley.

윤겸: 마님, 저분 성함이 너무 길어 대문 안으로 다 들어오지 못했사옵니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 다음 이야기를 대령하겠사옵니다.

오늘 윤겸이 대령한 영어

Please come in.
플리즈 커민
들어오세요.

Please have a seat.
플리즈 해버 싯
앉으세요.

Who are you?
후어유?
누구십니까?

I’m your English teacher.
아임 유어 잉글리시 티처
저는 당신의 영어 선생님입니다.

Nice to meet you.
나이스 터 미츄
만나서 반갑습니다.

Good job today.
굿 잡 터데이
오늘 잘했습니다.

마님: 모든 이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 친절은 아니니라.

윤겸: 그러면 누구에게 열어야 하옵니까?

마님: 들어온 뒤에도 네가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하느니라.

 


“마님을 모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마님 곁에 설 사람이 되고 싶사옵니다.”

마님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닫혀 있던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윤겸아, 문을 열어드리거라.”

문밖에는 두 사람이 아직 배우지 못한 말들과
함께 걸어가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영어 한마당을 마치며

마님과 윤겸이 일곱 번의 이야기를 지나
마침내 닫힌 문 앞에 섰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잠시 멈추지만,
서툰 말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 용기를 내었던 시간은 오래 남을 것입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SEON

 

 

마님과 윤겸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문장 하나가 남았다면, 편지로도 만나보세요.

매주 금요일, 바쁘게 지나친 마음을 한 번 돌아보는
〈쉼표의 편지〉를 보냅니다.

잠시 멈추고 싶은 분은 무료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comma.jeongseon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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