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쉼표의 서재

구조를 기록하는 공간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3 —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다 —프롤로그“Xin chào!” (안녕하세요)처음 다낭에 왔을 때,내가 아는 베트남어는 이게 전부였다.3년이 지난 지금?여전히 베트남어를 못한다.하지만 대화한다.완만한 산등선 위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하나는 먼저 자라 깊은 그늘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그 옆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이 풍경은 시작과 지속, 망설임과 결심이 공존하는 시간을 상징한다.말하지 않아도 쌓이는 시간, 드러내지 않아도 생기는 두께.이 이미지는 설명하지 않는 삶, 그러나 분명히 자라고 있는 삶의 표정이다. 언어의 벽첫 달은 지옥이었다.“쌀 주세요.”못 알아듣는다.“물 한 병.”못 알아듣는다.“화장실 어디?”못 알아듣는다.40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언어로 소통 못 하는 상황을 겪어본 적..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2 — 7개월의 망설임 —프롤로그이거 진짜 뭐야?다낭에 온 지 7개월째.매일 같은 생각만 한다.한국으로 돌아갈까? 빛이 거의 없는 검은 배경 위에 미세한 결이 남아 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수없이 흔들리고 망설인 흔적이 쌓인 표면이다.이 이미지는 결단의 순간이 아니라결정을 미루며 견뎌낸 시간 자체를 담고 있다. 맨땅에 헤딩4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베트남에 왔다.계획?없었다.연줄?없었다.베트남어?“안녕하세요” 하나.돈?퇴직금뿐.친구?한 명도 없다.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다.그런데 문제는,헤딩한 맨땅이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거였다. 모지란 삶7개월이 지났다.돈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계산해 보면 무섭다.“이 속도면 몇 년 못 버티겠네.”할 일은 없다.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다.출근..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1 40년 직장을 떠나 다낭에서 맞이한 3년째의 진실프롤로그빌어먹을 인생이라고 욕을 내뱉고서도, 나는 여전히 이 삶을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다.빛이 거의 없는 검은 화면 위에 미세한 결이 남아 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둠에도 층이 있고 방향이 있다.이 이미지는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다만, 길을 잃은 순간의 정직한 상태를 그대로 담아낸다. “빌어먹을.”다낭에 온 지 3년째 되는 오늘, 새벽 4시. 나는 또다시 이 말을 중얼거린다.마지막 날.40년.14,600일.350,400시간.사무실 책상 서랍을 비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40년이 20분으로 정리되었다.명함 몇 장, 볼펜 두 자루, 오래된 달력, 퇴색한 가족사진 한 장. 이게 다였다.동료들이 커피를.. 더보기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이 왜 이 모양이야 프롤로그열심히 살았다.그런데 요즘은 자꾸 묻게 된다.“이게 정말 내가 잘못 살아온 결과일까?”이 글은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적어 내려간 기록이다.불이 낮아진 스탠드 아래,아직 끝내지 못한 생각들이 노트 위에 남아 있다.열심히 살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하루의 무게를,조용히 받아 적기 직전의 순간.잘못 산 것도 아닌데 성실한 사람의 시험 요즘 유난히 빡친 이유 그래도 포기 못하는 이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잘못 산 것도 아닌데, 자꾸 틀린 사람처럼 된다대충 산 적 없다.약속을 지키려 애썼고,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한 번 더 생각했고,버틸 수 있을 만큼은 늘 버텼다.그런데 이상하다.왜 자꾸 나만 설명해야 하고,왜 나만 이해해야 하고,왜 나만 “조금만 더”를 요구받는 걸까.그래서 결국 이 문장에 도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