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는 밤에도, 서재의 불은 켜져 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고,
알림도 울리지 않고,
숫자는 조용히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날.
예전 같았으면
“오늘은 실패한 날인가”
“내가 잘못 가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심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날에도
서재의 불을 켜 두는 일이
얼마나 단단한 선택인지
이제는 안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을 모으는 일이기 전에
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내일 누군가는
우연히 이 문을 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우연 하나가
그 사람에게는
필연이 될지도 모른다.
서재라는 건
늘 북적여야 의미 있는 곳이 아니다.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도 한때는
반응이 없으면 글을 접었다.
조회수가 오르지 않으면
내 마음부터 접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글이 사라지는 순간은
아무도 읽지 않을 때가 아니라
내가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숫자가 예쁘지 않아도
서재를 닫지 않는다.
이곳은
성과를 증명하는 장소가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공간이니까.
오늘은 조용한 날이다.
그래도 괜찮다.
조용한 날에도
이 자리는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러
다시 한번
문을 열었을 뿐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날에도
서재는 열린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 하나로
오늘을 충분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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