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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JEONGSEON

오늘을 남기는 사람 쉼표


쉼표의 서재

아무 말 없이 남겨둔 자리

당신의 이야기를 글로 만들어드립니다. 작가 쉼표JEONGSEON 입니다.

글쓰기와 기록, 그리고 글로 살아가는 구조를 함께 씁니다.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문장으로 붙잡아 오래 남는 글을 씁니다.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떠난 자리는 대개 빨리 정리된다.

비워야 할 것 같고, 지워야 할 것 같고,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어떤 자리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남겨두게 된다.


의자를 옮기지 않고, 컵을 치우지 않고, 그 사람이 앉아 있던 방향을 괜히 바라보게 되는 자리.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는 그 자리를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남겨둔 자리는 미련이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웠다.

없어진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었던 시간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


그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떠올리진 않았다.

특별한 장면도, 선명한 대화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다만 그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사람은 모든 자리를 채우며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자리는 비어 있어야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수 있고, 어떤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어야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남겨둔 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낡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다른 의미로 가벼워졌다.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을 지나온 내가 거기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 자리를 서둘러 치우지 않는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다른 자리가 생길 때까지.

아무 말 없이 남겨둔 자리도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하나의 방식이었으니까.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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