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대화는 항상 말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많은 대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순간에 남는다.
그날 우리는 분명 같은 자리에 있었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말은 끝내 마주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떤 말을 해도 이 침묵을 넘지 못할 것 같아서 서로 입을 다물었다.
말은 언제나 타이밍을 요구한다.
조금만 빨랐어도,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문장이 되었을 말들이 그날은 끝내 제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짧은 한숨으로 대화를 대신했다.
아무 말 없이 끝나버린 대화는 깔끔하지 않다.
마침표도 없고, 결론도 없고, 누가 옳았는지도 남지 않는다.
다만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시간 속에서 천천히 다른 의미로 가라앉을 뿐이다.
나는 가끔 그날의 대화를 되돌려 생각한다.
만약 그때 한 문장만 더 용기를 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하지만 곧 그 질문을 접는다.
모든 대화가 이어져야 할 필요는 없고, 모든 침묵이 실패는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끝나버린 대화는 사라진 게 아니다.
다만 말 대신 기억의 형태로 남아 가끔씩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때의 침묵이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고, 다음 대화를 조금 더 아끼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끝난 대화를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말하지 못했던 그 순간도 그 나름의 의미로 존중한다.
아무 말 없이 끝났기에 비로소 조용히 남을 수 있었던 대화도 있으니까.
〈아무 말 없는 수요일〉 연작 중
#감성에세이 #아무 말없는 수요일 #끝나버린 대화 #침묵의 의미 #쉼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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