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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구조를 기록하는 공간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법 버티는 현장이 아니라, 운영하는 현장.흐름을 점검하는 순간. 현장이 흔들렸다.그러나 나는 키를 놓지 않았다.오늘은 버틴 날이 아니라, 운영한 날이었다.1. 흔들림의 본질 2. 감정을 넘긴 순간 3. 버팀과 운영의 차이 4. 구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5. 내가 배운 것1. 흔들림의 본질흔들림은 위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의 시험대다. 사람의 말은 흔들린다. 감정은 요동친다. 현장은 예측을 비껴간다. 그러나 구조는 다르다. 구조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이기 때문이다. 흔들림 속에서도, 운영은 계속된다. 2. 감정을 넘긴 순간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감정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감정을 선택하지 않았다. 감정 위에 서서 상황을 내려다보는 쪽을 택했다. 그 순간, 상황은 통제 영역 안으.. 더보기
인천공항 3번의 게이트 변경, 그리고 다시 서는 마음 집에서 오후 세 시에 나왔다.가방은 가벼웠는데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을 일들이 이미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피로가 먼저 도착해 있는 느낌.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가기 싫었다.인천공항에 도착하고, 286번 게이트를 찾아가야 했다. 그런데 268번을 286번으로 잘못 보고 한참을 시드니행 탑승구 앞에 앉아 있었다. 이상했다. 뭔가 결이 다르다는 느낌. 티켓을 다시 확인했다. 286번. 숫자 두 개 차이로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캐리어를 끌고 1500미터를 걸었다. 거의 운동장 몇 바퀴를 도는 거리였다.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방송이 나왔다. 게이트 변경. 249번. 게이트는 바뀌어도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또 걸었다.. 더보기
결정은 빠르게, 실행은 끝까지 현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보고는 길어지고회의는 반복되고결정은 미뤄진다.그 사이에서 생산은 느려지고납기는 가까워진다.나는 이제 안다.결정이 늦어지는 순간,이미 손실은 시작된다는 걸.결정은 완벽해서 내리는 게 아니다.기준이 분명해서 내리는 것이다.80%가 보이면 간다.20%는 현장에서 조정한다.모든 변수를 다 통제하려 하면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현장은“완벽한 계획”보다“분명한 지시”를 원한다.실행은 속도가 아니다.마무리다.지시가 나갔다고 끝난 게 아니다.완료 확인이 있어야 끝이다.나는 묻는다.“됐습니까?”가 아니라“완료 기준 충족했습니까?”이 질문 하나가현장을 단단하게 만든다.사람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하지만 시스템은 바꿀 수 있다.그리고 실행이 반복되면사람도 달라진다.오늘도 나는결정을 미루지 않았다.실.. 더보기
책임의 선을 다시 긋다 나는 이제 안다.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일정이 아니라 책임의 선이라는 것을.보고는 올라갔다고 말하고결재는 진행 중이었다고 말하고현장은 몰랐다고 말한다.그 사이에서 납기는 조용히 무너진다.아무도 거짓말을 하진 않았지만아무도 끝까지 책임지지도 않았다.나는 오늘 그 선을 다시 본다.누가 했는가가 아니라누가 ‘마무리했는가’를 묻는다.책임은 감정이 아니다.태도도 아니다.구조다.보고가 올라갔으면 확인자가 있어야 하고확인이 되었으면 실행자가 명확해야 하고실행이 되었으면 완료 기준이 문장으로 남아야 한다.문장이 없으면책임은 공중에 떠다닌다.그래서 나는 기록한다.“누가, 언제, 무엇을, 어디까지.”이 네 줄이면조직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예전의 나는 사람을 믿었다.지금의 나는 구조를 설계한다.믿음.. 더보기
흔들리는 구조 위에 다시 선다 현장에서 책임의 선을 다시 긋다 오늘 나는 생각했다.일은 밀리고, 사람은 엇갈리고, 구조는 삐걱거리는데이상하게도 나는 예전보다 덜 흔들린다.예전의 나는 ‘사람’ 때문에 화가 났고,지금의 나는 ‘시스템’을 본다.누가 막말을 했는지보다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구조였는지를 먼저 본다.이건 감정이 무뎌진 게 아니라,내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증거다.공장은 감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블로그도 감정으로 성장하지 않는다.결국은 구조, 프로세스, 책임의 선.오늘 나는 그 선을 다시 긋는다.납기 지연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결재 구조가 꼬이고, 보고 라인이 흐려지고,책임의 문장이 흐릿해질 때이미 결과는 예고되어 있다.예전엔 ‘왜 나한테 이러지?’였다면지금은 ‘이 라인은 어디서 막혔지?’를 본다.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 더보기
쉼표의 서재 일지– 멈출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오늘 나는 한 시간 더 잤다.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지만,다시 눕는 선택을 했다.예전 같으면그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뭔가 더 해야 한다고,앞서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이미 설계해 둔 글이 있었고,예약해 둔 전략이 있었고,공장은 조용히 준비되어 있었다.굳이 더 달리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다.나는 예전보다 조금 단단해진 것 같다.예전에는 “계속 움직이는 것”이 성실이라고 믿었다.지금은 “멈출 줄 아는 것”이 전략이라는 걸 안다.구조를 세우는 사람은속도에 취하지 않는다.오늘 아침 공장은 조용했다.작업대는 정리되어 있었고,라인은 멈춰 있었지만이미 준비되어 있었다.나는 그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성공은 속도가 아니라 정.. 더보기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동안 나는 '버틴다'는 말을 미덕처럼 여기며 살았다. 버티는 사람만이 강한 사람이고,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고 믿었다. 힘들어도 참고, 아파도 말하지 않고, 마음이 먼저 닳아도 몸이 남아 있는 한 계속 가는 것이 성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티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끌고 가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멈춘다는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멈추면 뒤처지는 사람이 되었고, 쉬면 책임감 없는 사람이 되었다. 돌아온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한 번 빠지면 탈락이고, 한 번 쉰 사람은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쓰러질 때까지 버텼고, 무너진 뒤에야 그만두었다. 버티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더보기
한국을 떠난 이유, 베트남에서 배운 것 완벽하지 않아도, 사람은 먼저 일한다. 베트남 공장의 하루. 한국을 떠날 때 나는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 도망친 것도 아니고, 더 큰 기회를 찾아 떠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숨이 막혔다.열심히 일했고,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졌고, 기준을 어긴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가 갈수록 더 빨라져야 했고, 더 완벽해져야 했고, 더 괜찮은 얼굴로 버텨야 했다. 힘들다는 말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처럼 취급됐고, 잠깐 멈추는 건 게으름으로 해석됐다.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버티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는 거라고 배워왔으니까.베트남에서 일하는 지금, 나는 매일 완벽하지 않은 현장을 마주한다. 일의 속도는 일정하지 않고, 사람은 자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