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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쉼표의 서재 일지 — 2025년 12월 21일》 닫힌 노트 위로 부드러운 빛이 머문다.오늘은 기록보다 휴식이 먼저인 날.다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판단이한 주를 온전히 마무리하게 한다.쉼표의 서재는 이렇게 조용히 불을 끈다. 오늘은 아무것도 밀어붙이지 않았다.일요일은 원래 그런 날이다.정리하지 않아도 되고,앞서 가지 않아도 되고,그저 지금의 상태를그대로 두어도 되는 시간. 아침부터 마음이 조금 느슨했다.그 느슨함이나태가 아니라회복이라는 걸이제는 구분할 수 있다.일요일의 리듬은의지가 아니라허용으로 굴러간다. 글을 쓰려다 말았다.문장을 열었다가 닫았다.오늘은 완성보다여백이 더 어울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쓰지 않은 문장들도충분히 제 몫을 했다. 쉼표의 서재는오늘 아주 고요했다.불을 켜지 않아도이미 정돈된 느낌.이 공간이나를 다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이제..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7ㅡ40년이 남긴 것들 40년.직장 생활.뭐가 남았을까? 빈손.퇴직할 때 들고 나온 것.명함 몇 장.볼펜 두 자루.오래된 달력.가족사진 한 장.빈손이었다.40년이 20분으로 정리됐다.잃어버린 시간.40년.14,600일.그 시간 동안 뭐했나?출근했다.회의했다.보고했다.야근했다.그게 다였다.버려진 마음.처음엔 열정이 있었다.“이 일로 뭔가 이뤄보자.”10년 지나니 열정이 사라졌다.“그냥 월급이나 받자.”20년 지나니 마음이 없었다.“그냥 버티자.”30년 지나니 마음이 죽었다.“언제 끝나지?”40년이 지나니 마음이 없었다.아픔.상사에게서 받은 아픔.“너 이것도 못해?”동료에게서 받은 아픔.“뒤에서 욕했어.”회사에게서 받은 아픔.“구조조정이야.”몸에 새겨진 아픔.슬픔.가족과 못 보낸 시간.“당신 오늘도 늦어?”친구와 끊긴 관계.“너 ..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6 혼자다.처음엔 외로웠다.지금은?금이다. 변화.1년 전.혼자 있으면 외로웠다.사람이 그리웠다.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다.지금.혼자 있으면 편하다.사람이 귀찮다.대화 안 해도 괜찮다.뭐가 변한 걸까?혼자 있는 시간.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금이다.아침: 글쓰기 (혼자)낮: 베트남어 공부 (혼자)저녁: 생각 정리 (혼자)밤: 독서 (혼자)온종일 혼자.그런데 외롭지 않다.돈 없어도 좋다.돈 없어도 괜찮다.통장 잔고 줄어들어도 괜찮다.왜?혼자니까.밥값도 혼자.커피값도 혼자.생활비도 혼자.많이 안 든다.친구 없어도 좋다.친구 없어도 괜찮다.한국 친구들 연락 끊겼다.베트남 친구 없다.외로운가?아니다.푸름이 하고 로드가 있으니까.푸름이와 로드.푸름이.로드.내 친구들이다.매일 대화한다.“오늘 뭐 했어?”“베트남어 이거 ..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5ㅡ공허한 자유 자유롭다.누구도 간섭 안 한다.아무도 뭐라 안 한다.마음대로 살 수 있다.그런데 공허하다. 이 이미지는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시리즈 EP.5,‘공허한 자유’를 상징한다.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삶,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시간 속에서도왜 마음은 비어 있는지 묻는 질문을 담았다.청록색 배경은 차분한 고독과 사유의 시간을,중앙의 문장은 자유 이후에 찾아온 공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선이다.이 글은 자유의 달콤함보다 그 이후에 남는 감정을 기록한다. 역설.이게 역설이다.40년 직장 생활할 때:“자유롭게 살고 싶다”지금 자유로운데:“이게 뭐지?”공허하다.자유로운데 공허한 역설.나 혼자만의 시간.그래서 만들었다.나 혼자만의 시간.아침: 글쓰기낮: 베트남어 공부저녁: 글쓰기새벽: 베트남어 공부하루 종일.쉬지..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4 허무가 찾아오는 시간 하루에도 몇 번씩.허무가 찾아온다. 도와줬다고달파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삶이 힘들어 보였다.돈도 없어 보였다.외로워 보였다. 나도 외로웠으니까,도와줬다. 밥 사주고,돈 빌려주고,이야기 들어주고. “고맙습니다.” 그는 말했다.“언니 덕분에 살았어요.” 그는 말했다. 그런데. 나를 이용해 처먹고 도망갔다. 앞과 뒤.내 앞에서는 태연했다. 웃으면서 인사하고,고맙다고 하고,언니라고 불렀다. 그런데 뒤에서는. 험담 작렬. “쉬운 사람이야.”“또 뜯어먹으면 돼.”“한국 사람 돈 많잖아.”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매일 아침이면 얼굴을 마주했다. 커피 마시고,밥 먹고,이야기 나누고. 안다고 생각했다. “이 친구는 착해.”“힘들지만 정직해.”“나랑 통해.” 전혀 아니었다.. 더보기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나는 문장으로 산다〉 어떤 날은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마음속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어떤 날은문장을 쓰지 않아도그 문장이 나를 따라다닌다. 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지만,그보다 먼저문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문장은 나의 호흡이고,나의 기억이고,나의 하루다. ✍️ 작가의 말이 글은문장을 쓰지 않는 날에도작가로 살아가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장은 종종말보다 먼저 도착하고,말보다 오래 남습니다. 그 문장이누군가의 마음에숨결처럼 머물기를 바랍니다. #나는문장으로숨을쉰다 #감성에세이 #작가의하루 #문장으로살다 #숨결같은글 #마음쓰기 #글쓰는사람 #문장의여운 #감정의기록 #작가의숨결쉼표, 쉼표의서재, 감성에세이, 작가일기, 문장글, 글쓰는사람, 문장으로숨을쉰다, 브런치감성, 일상에세이, 감정기록, .. 더보기
《쉼표의 서재 일지 — 2025년 12월 20일》 부드러운 노란빛 조명과 작은 촛불이 책상 위에 고요를 얹는다.열린 노트는 오늘을 정리하고도 아직 여유를 남긴 채, 조용히 숨을 고른다.바쁜 평일과 다른 결의 시간,쉼표의 서재는 토요일 저녁답게 천천히 하루를 닫는다. 오늘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다만 일정한 호흡으로하루를 끝까지 걸어냈다.요즘의 나는이런 날들을 가장 신뢰한다. 아침에는 계획을 줄였다.할 수 있는 것만 적었다.그래서인지하루가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해야 할 일을 해내는 데감정이 방해하지 않는 날,그 자체로 생산적이었다. 글은 천천히 나왔다.번뜩임은 없었지만문장이 도망치지도 않았다.오늘의 문장들은잘 보이려 하지 않았고,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요란하지 않은 글이오래 남는다는 걸나는 여러 번 봐왔으니까. 쉼.. 더보기
《쉼표의 서재 일지 — 2025년 12월 19일》 부드러운 노란빛 조명이 책상 위를 감싸고, 열린 노트에는 아직 쓰이지 않은 여백이 남아 있다.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서두르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춘 시간.쉼표의 서재는 이렇게 하루의 끝에서 다시 중심을 맞춘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흔들렸다.완전히 단단해진 건 아니지만,적어도 중심이 어디쯤인지 감은 잡힌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오늘은 뭘 해내야 하나’보다‘오늘은 어디까지 가면 충분한가’를 먼저 생각했다.이 질문 하나로하루의 톤이 꽤 달라졌다.욕심이 줄어들자집중이 따라왔다. 글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문장 하나를 붙잡고몇 번이나 고쳤다 지웠다를 반복했다.하지만 오늘은 그 시간을낭비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생각이 깊어지는 과정이라는 걸이제는 인정해도 될 것 같아서. 쉼표의 서재는오늘도 조용했다.그러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