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쉼표의 서재

문장이 머무는 집


하루를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 쉼표의 서재 말로 남기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하루의 풍경. 기록보다 삶이 먼저였던 하루를 담았다.프롤로그매일을 기록해야 할 것 같은 날들이 있다.하루를 남기지 않으면그날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프롤로그 기록의 압박 기록하지 않은 하루 그대로 두기기록의 압박요즘은 하루를 살기보다하루를 남기느라 바쁠 때가 있다.무엇을 했는지,어떤 감정이었는지,의미를 찾지 못하면하루가 허공으로 흩어질 것 같은 마음.그래서 우리는 종종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까지도서둘러 문장으로 묶어 두려 한다.기록하지 않은 하루하지만 살다 보면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들이 분명히 있다.오늘이 그랬다.무엇을 적으려니굳이 말로 옮기고 싶지 않았고,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오늘의 하루는기록하지 않기로 했다.기록하지 않는다고하.. 더보기
《쉼표의 서재 일지 — 2025년 12월 18일》 책처럼 펼쳐진 조명에서 번지는 부드러운 빛이 하루의 끝을 알린다.말이 많지 않았던 날, 기록 대신 남겨둔 온기 같은 순간.쉼표의 서재는 이렇게 조용히 하루를 닫는다. 오늘은 조용히 잘 버텼다.대단한 성취는 없었고,눈에 띄는 환호도 없었다.하지만 하루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충분히 합격점을 주고 싶은 날이었다. 아침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일어났다.생각들이 먼저 깨어나오늘 해야 할 일들을 줄 세웠다.그중 몇 개는 해냈고,몇 개는 다음 날로 미뤘다.미뤘다고 실패는 아니다.지금의 나는,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 글을 쓰는 중간중간이상하게도 ‘잘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자주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오늘은 그 질문을굳이 밀어내지 않았다.의심도 함께 걷는 동반자라는 걸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3 —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다 —프롤로그“Xin chào!” (안녕하세요)처음 다낭에 왔을 때,내가 아는 베트남어는 이게 전부였다.3년이 지난 지금?여전히 베트남어를 못한다.하지만 대화한다.완만한 산등선 위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하나는 먼저 자라 깊은 그늘을 만들고, 다른 하나는 그 옆에서 같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이 풍경은 시작과 지속, 망설임과 결심이 공존하는 시간을 상징한다.말하지 않아도 쌓이는 시간, 드러내지 않아도 생기는 두께.이 이미지는 설명하지 않는 삶, 그러나 분명히 자라고 있는 삶의 표정이다. 언어의 벽첫 달은 지옥이었다.“쌀 주세요.”못 알아듣는다.“물 한 병.”못 알아듣는다.“화장실 어디?”못 알아듣는다.40년 동안 한국에서 살면서,언어로 소통 못 하는 상황을 겪어본 적.. 더보기
버텨낸 하루 끝에서 만난 문장 | 쉼표의 서재 하루를 버텨낸 뒤 조용히 마주한 저녁의 풍경. 말로 다 하지 못한 하루의 끝에서 문장 하나가 남는 순간을 담았다.프롤로그오늘은참 잘 버텼다는 말이쉽게 나오지 않는 하루였다.누군가에게 설명하기엔너무 사소했고,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마음이 조금 닳아 있었다.프롤로그 버텨낸 하루 하루의 끝 남은 문장버텨낸 하루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엔 거짓이고,큰일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과장이었다.그래서 오늘의 하루는그저 ‘버텨냈다’는 말이가장 가까웠다.하루를 버틴다는 건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대부분은그냥 도망치지 않은 정도다.할 일을 미뤘고,말을 아꼈고,괜히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하루의 끝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야비로소끝이 보였다.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오늘은여기까지 온 셈이었다.잘 해..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2 — 7개월의 망설임 —프롤로그이거 진짜 뭐야?다낭에 온 지 7개월째.매일 같은 생각만 한다.한국으로 돌아갈까? 빛이 거의 없는 검은 배경 위에 미세한 결이 남아 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수없이 흔들리고 망설인 흔적이 쌓인 표면이다.이 이미지는 결단의 순간이 아니라결정을 미루며 견뎌낸 시간 자체를 담고 있다. 맨땅에 헤딩40년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베트남에 왔다.계획?없었다.연줄?없었다.베트남어?“안녕하세요” 하나.돈?퇴직금뿐.친구?한 명도 없다.완전히 맨땅에 헤딩이었다.그런데 문제는,헤딩한 맨땅이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거였다. 모지란 삶7개월이 지났다.돈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계산해 보면 무섭다.“이 속도면 몇 년 못 버티겠네.”할 일은 없다.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다.출근.. 더보기
《쉼표의 서재 일지 — 2025년 12월 17일》 말보다 호흡이 먼저 필요했던 날.다음 길을 서두르지 않고,지금의 마음을 먼저 가만히 내려놓는 저녁의 기록.쉼표의 서재에 남겨 둔 하루의 쉼. 오늘은앞으로 가는 이야기보다지금 멈춰 서는 쪽을 먼저 택했다. 할 수 있는 말은 많았지만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말도 있다는 걸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모든 선택이 곧바로 결정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도.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오늘이 뒤처진 건 아니다.그저 오늘은숨을 고르는 날이었을 뿐이다. 글을 쓰는 일도 그렇다.밀어붙일 때가 있고,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오늘의 나는후자를 선택했다. 마음에 와닿은 글을 초안을 먼저 잡아 두는 일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미리 써 둔 기록 하나가하루를 지탱해 주는 느낌이다. 지금 당장다음 글의 방향이 또렷하.. 더보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날에 남은 문장 | 쉼표의 서재 하루를 버텨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흘려보낸 저녁의 풍경. 말보다 침묵이 먼저였던 하루와, 그 끝에 남은 문장을 담은 이미지.프롤로그말하지 않은 하루도그대로 지나가지는 않는다.조용히 흘려보낸 시간 끝에서문장은늘 가장 늦게 도착한다.프롤로그 조용한 하루 남은 문장 하루의 끝조용한 하루오늘은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하루였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자면 말할 수는 있지만,그게 오늘을 더 잘 설명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루 종일 말을 아낀 대신조금 더 천천히 걸었다.괜히 커피를 한 번 더 내리고,창가에 오래 서 있었다.남은 문장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니문득 알게 된 게 하나 있었다.말하지 않은 하루에도문장은 남는다는 것.오늘의 문장은크게 울리지 않았다.대신 조.. 더보기
빌어먹을, 이게 인생인가 EP.1 40년 직장을 떠나 다낭에서 맞이한 3년째의 진실프롤로그빌어먹을 인생이라고 욕을 내뱉고서도, 나는 여전히 이 삶을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다.빛이 거의 없는 검은 화면 위에 미세한 결이 남아 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둠에도 층이 있고 방향이 있다.이 이미지는 답을 보여주지 않는다.다만, 길을 잃은 순간의 정직한 상태를 그대로 담아낸다. “빌어먹을.”다낭에 온 지 3년째 되는 오늘, 새벽 4시. 나는 또다시 이 말을 중얼거린다.마지막 날.40년.14,600일.350,400시간.사무실 책상 서랍을 비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40년이 20분으로 정리되었다.명함 몇 장, 볼펜 두 자루, 오래된 달력, 퇴색한 가족사진 한 장. 이게 다였다.동료들이 커피를.. 더보기